2022년 이란에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끌려가 구금 중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당국이 폭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550명이 사망하고 2만 명 이상이 체포됐다. 2023년 9월 이란 의회는 1979년 법제화한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를 한층 강화한 ‘히잡과 순결법’을 통과시켰다.
최근 이란에서는 지난해 4월 테헤란의 에스피나스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온라인으로 유출된 동영상에는 어깨가 드러나고 가슴이 깊게 파인 웨딩드레스를 입고 히잡 대신 면사포를 쓴 신부가 아버지와 팔짱을 낀 모습이 담겼다. 이란 사회는 경악했다. 신부의 아버지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수석 고문이자 2022년 시위 진압을 주도했던 알리 샴카니 전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 사무총장이었기 때문이다. 고위층의 ‘이중 잣대’와 위선이 도마 위에 오르고 히잡 의무화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커졌다. 여성들은 이제 샴카니를 거론하며 대놓고 히잡 단속을 무시한다. 거센 반대 여론 때문에 1년 넘게 실행이 미뤄지고 있는 새 ‘히잡법’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에서도 정치인의 가족 결혼식이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국정감사가 한창인 국회에서 딸 결혼식을 치렀다. 이것만으로도 문제인데 청첩장에 축의금 카드 결제 링크가 담긴 사실이 알려졌다. 결혼식에는 피감 기관 등의 화환과 청탁금지법을 무시한 고액 축의금이 전달됐다. 최 위원장은 “양자역학 공부로 바빠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느니, 난데없이 ‘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며 “악의적 허위 정보 조작은 암세포”라는 등의 황당한 변명과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공직자와 정치인은 공적 책임과 사적 영역의 경계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가족의 잘못, 집안 경조사, 사적인 일탈도 공적 영역을 파고드는 순간 ‘남이사 뭘 하든 말든’이 될 수 없다. 정치인의 이해충돌과 위법행위, 관행적 특권이야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공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암세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lsi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