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등과 인공지능(AI) 협력을 이어 온 국내 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이 서버용 반도체를 넘어 온디바이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서버용 AI 가속기를 개발하며 축적해 온 노하우를 살려 AI 반도체가 활발히 탑재될 로봇, 가전 등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퍼엑셀은 차세대 제품으로 온디바이스용 AI 가속기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거대언어모델(LLM) 처리에 특화한 AI 반도체를 개발해 온 하이퍼엑셀은 오는 9월 자사 첫 AI 반도체 ‘베르다’의 ‘테이프아웃(칩 설계 완료 단계)’을 앞두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사업 영역은 크게 서버용과 온디바이스용으로 나뉘지만, 하이퍼엑셀처럼 서버용 제품을 개발하다 온디바이스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 초고속 메모리를 활용하는 서버용은 퍼포먼스 극대화가, 전력원이 한정적인 온디바이스는 저전력·효율성 등이 중요하다.
하이퍼엑셀은 온디바이스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약 7조 원이던 온디바이스AI 시장 규모는 2032년 700억 달러(약 8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천문학적 그래픽처리장치(GPU) 투자가 여전하지만, AI 반도체 투자는 이제 서버에서 개별 기기 단위로 확장하고 있다. 클라우드를 통한 AI 연산에는 필연적으로 지연·보안 문제가 발생해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이퍼엑셀은 특히 가전·로봇 시장의 확장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가전과 로봇은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람과 근거리에서 음성으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 언어를 지연 없이 처리하는 AI 반도체 몸값이 치솟을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음성을 통해 가전을 제어하는 기능의 초기 버전을 선보였으며 LG전자 역시 자체 AI 반도체 설계를 통해 가전 음성 제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작동과 AI 전환이 가속화하는 차량 영역에서도 기회는 열려 있다.
하이퍼엑셀 관계자는 “엔비디아에도 젯슨오린(Jetson Orin)과 같은 온디바이스용 제품이 있지만 LLM 처리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CCTV 등에서 AI 반도체가 적용되고 있지만 가전, 로봇, 차량 등에 더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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