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PD 경력을 살려 2012년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를 창업했던 김해원 대표는 영업 부진과 자금 수급 등의 문제로 8년 만인 2019년 폐업을 했다. 김 대표는 고통과 고민의 시간을 보낸 끝에 포기 대신 재도전을 결심했다.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2021년 탄소감축량 산출 시스템을 제공하는 ‘땡스카본’을 설립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 재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폐업이라는 꼬리표 탓에 사업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재창업에 어려움을 겪던 김 대표에게 손을 내밀어 준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재창업자금’이었다.
23일 중진공에 따르면 재창업자금은 저신용 등으로 민간 금융권 접근이 어려운 재창업자에게 정책자금 융자 지원과 전문적 멘토링, 재창업자에 특화된 교육·컨설팅까지 연계지원 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출한도는 기업당 시설자금으로 60억 원(지방 70억 원), 운전자금은 5억 원 이내다. 중진공은 지난해 1000억 원의 예산 지원을 통해 521개 기업의 재창업을 도왔다. 올해는 재도전 지원 정책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존 보다 2배 증가한 2000억 원의 정책자금이 조성됐다.
실제 2023년 재창업자금을 지원 받은 김 대표는 벼농사 중 물 관리로 메탄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위성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탄소감축 MRV(측정·보고·검증) 시스템인 ‘헤임달 서비스’를 고도화 했다. 벼농사는 논에 물을 가득 채워 기르는 방식으로 이로 인해 산소가 부족해지고 메탄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논에 꼭 필요한 시기만 물을 넣고 필요 없는 시기에 물만 빼주어도 메탄 발생량이 40%나 줄어든다. 헤임달 서비스는 위성으로 농경지의 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AI로 분석해 정확한 탄소 감축량을 산출한다. 농가는 탄소 감축 이행을 증명할 수 있고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는 탄소배출권 발행의 근거가 된다. 서비스 이용자인 농업인은 복잡한 이행증명 과정 없이 손쉽게 국가 보조금, 저탄소 농산물 인증 등 보상을 얻을 수 있고, 정부와 기업은 이를 정량적인 실적인 탄소배출권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땡스카본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영역으로 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서 해임달 서비스를 활용한 시범 사업을 마쳤고, 이 중 베트남에서는 서울시 면적의 70%인 4만2000헥타르(㏊), 캄보디아에서는 5만 ㏊ 이상의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김 대표는 전 세계 벼농사의 95%가 이루어지는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인도, 모잠비크 등에서도 협력 제안이 들어오고 있고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도 진출을 검토 중이다.
김 대표는 “자금 지원 뿐 아니라 중진공의 전문적인 멘토링과 교육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성장은 불가능했다”며 “한번의 실패가 회사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 속, 위기의 순간마다 중진공의 지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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