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가상자산 관련 미국 기업들의 주식을 매집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을 골자로 하는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 미국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며 가상자산 가격이 널뛰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대장’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관련 기업들의 주식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모습이다.
2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절반이 가상자산 관련 기업이었다. 줄곧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미국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 관련 종목은 테슬라 주가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2배’ 상장지수펀드(ETF)가 유일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식 197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해당 기간 전체 순매수 1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1480억 원)과 핀테크 플랫폼 로빈후드(1369억 원)도 각각 순매수 5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건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관련 기업에도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이더리움 가격 상승률은 약 70%로 비트코인(약 20%)을 한참 웃돌았다.
이달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7위에 해당하는 비트마인 이머전(1321억 원)은 최근 자사주 매각으로 번 2443억 원을 모두 이더리움을 매입하는 데 쓸 계획이라고 밝히며 주목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사프링크 게이밍 역시 이더리움 매입 전략을 펼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다만 변동성은 매우 크다. 비트마인 이머전 주가는 이달 초 16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40달러 부근에 머물러 있다. 샤프링크 게이밍 역시 올 5월 말에는 주가가 100달러를 상회했지만 현재는 30달러 밑에서 거래 중이다.
일각에선 최근 금융감독원의 기조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의 주식 순매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최근 국내 자산 운용사들에 ETF 내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의 비중 확대를 자제하라고 권고했고, 이는 해외 시장으로 투자 자금만 빠져나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주식 직접 투자 방법이 활성화 된 상황에서 지금 같은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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