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한 현장의 목소리들이 정책 발전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겁니다. 공무원 책상머리만으로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열린마당’은 열린 마음으로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22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의약품·한약·화장품·의료기기 등 의료제품 업계 관계자는 물론 환자·소비자단체, 학계, 전문가 등 관계자 50여명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최한 ‘식의약 정책이음 열린마당’에 모였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행사를 시작하면서 “국민이 안심하고 현장에 실질적 힘이 되는 정책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처장은 이재명 정부에서 유임된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현장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번 행사가 사전에 주제를 정하지 않고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마약 등 4개 분야만 나눈 채 자유토론을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환자단체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한 적은 있지만 공개적으로 이렇게 진행하는 행사는 처음이다.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오 처장과 참석자들이 각 분야마다 즉석 추첨에 따라 발언 순서를 정했다. 오 처장은 대부분의 질문에 직접 답했고, 더 세부적 사항은 담당 국장들이 보충설명을 하며 활발한 대화를 이어갔다. 이원석 대한뉴팜 대표는 동반질환 복합제제의 품목허가를 받을 때 임상 3상 자료를 중복해서 제출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로 인해 20~3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 처장은 “복합제제가 각자 효능과 안전성에 영향이 없다는 점이 임상적으로 입증되면 허가 시 제출 자료를 간소화할 수 있는지 올해부터 민관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바이오의약품에 특화된 비임상시험규정(GLP) 인증이 필요하다는 건의도 있었는데,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앞으로 여러 번 만나서 기준을 마련해보자”고 답했다.
환자단체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수급 문제를 지적했다. 김영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부대표는 희귀병인 페닐케톤뇨증의 필수의약품인 ‘5-HTP’의 공급을 식약처가 환자들에게 설명도 없이 갑자기 중단한 점을 지적하며 “이 약을 5시간에 한 번씩 먹지 않으면 전신 경련으로 움직이지 못하는데 개인이 알아서 약을 구하기는 어렵다.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오 처장은 “좀더 세심하게 챙겨서 함께 논의하지 못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해결되면 해결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업계는 희귀·필수 제품에 대한 허가 과정에서 드는 시험비용 부담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진휴 동방의료기 대표는 “한 집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100개 이상이 단종 예정이라고 한다”며 “규제를 적정히 유지해 수급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오 처장은 “의료기기에도 희귀·필수제품이 있을 것”이라며 “유통 및 공급과 관련해 어떻게 법제화하고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이날 행사에서는 바이오의약품 및 K뷰티 산업의 성장 지원 등 환우·산업계의 현실적인 애로사항 등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접수된 의견들은 향후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한 정책과제를 이르면 9월 초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식약처는 다음 달 12일 식품 분야에서 동일한 행사를 여는 등 여러 관계자들과 직접적인 소통 기회를 늘려갈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