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주력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파트너사였던 배달의민족과 스타벅스가 각각 신한카드, 삼성카드를 새 파트너로 선정했다. 대형 유통 업체와 외식 업체가 제휴사를 바꾸면서 카드사 PLCC 판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5일 금융계 및 유통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현대카드와 제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 제휴사로 신한카드를 선정했다.
신한카드와 배민은 이르면 이달 업무협약을 맺고 다음 달 초 제휴 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2020년 11월 PLCC 상품인 ‘배민현대카드’를 내놓으며 국내 최초로 배달 애플리케이션 제휴 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음식 디자인이 그려진 카드로 인기를 끌며 출시 8개월 만에 발급 10만 장을 넘어서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또 다른 현대카드 PLCC 파트너사인 스타벅스는 최근 삼성카드를 새 파트너로 선정하고 캐시백과 할인, 경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 카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2020년 현대카드와 첫 PLCC 계약을 맺으며 5년간 단독 제휴를 맺어왔다. 계약 당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계약을 축하하는 글을 게시할 정도로 현대카드 입장에서 스타벅스는 PLCC의 상징으로 꼽혔다. 스타벅스와 현대카드의 계약은 올 10월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PLCC 전략이 틀어지기 시작하면서 향후 카드 업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주요 PLCC 계약 만료 시점이 △무신사 2026년 4월 △네이버 2026년 8월 △대한항공 2026년 12월 △SSG.COM 2027년 7월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제휴한 업체들의 재계약 기간이 돌아오거나 최고경영자들이 바뀐 업체들이 제휴 카드사를 바꾸거나 복수를 선택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대카드 PLCC의 경우 브랜딩 활동 및 파트너사 간 데이터 동맹 등 경쟁사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어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현대카드도 방어에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사의를 밝힌 김덕환 대표의 후임으로 PLCC에 정통한 조창현 카드영업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하며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쇄신에 나섰다. 현대카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조 내정자는) PLCC 본부장 재임 시절 파트너사 확장뿐 아니라 기존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상품 및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등 PLCC 사업의 고도화를 이끌어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조 내정자는 이달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균열이 간 PLCC 동맹을 정상화하면서 제휴사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신임 대표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대카드의 경우 수익성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현대카드의 올 1분기 순이익은 622억 원으로 삼성(1843억 원), 신한(1298억 원), KB국민(864억 원) 등에 비해 낮다. PLCC 동맹을 지키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기 위해서는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한데 수익은 줄어들고 있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낮은 수익성은 법인 구매 카드 등 수익성이 낮은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와 PLCC, 애플페이 등 고비용·저수익 구조의 상품에 집중한 결과”라며 “분기순이익이 3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어 수익성 반등이 절실한 만큼 하반기 경영 실적과 계약 종료가 임박한 PLCC 제휴사와의 계약 유지 여부가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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