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민간에 토지를 매각하는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LH 개혁 방안을 주문하면서 LH 사업구조가 택지 조성과 개발·시행까지 떠맡는 ‘싱가포르 방식’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LH가 민간사업자 대신 직접 시행과 분양을 하게 되면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60조 원이 넘는 LH의 부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15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이 대통령이 요구한 사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LH에 대해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을 염두에 두면서 능동적·공격적으로 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LH는 올해 21만 8000가구를 공급하는 등 공공주택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8·8 공급 대책에서 발표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 8만 가구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 가구 택지조성사업도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에 LH와 관련해 공공택지 조성부터 사업 시행, 주택 건립까지 총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 인허가 물량이 매년 40만~50만 가구에 달하는 가운데 LH는 해마다 6만여 가구 수준의 주택만 자체 건설을 진행한다. 공공택지 주택 건립을 모두 책임진다면 현재보다 최소 4~5배에 이르는 주택 건립을 떠맡게 되는 셈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민주당 정부에서 LH가 조성한 공공택지에 대해 직접 시행하는 방식을 종종 요구해왔다”며 “LH가 공공주택 시행을 떠안으면 부채는 수년 내 300조 원대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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