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기업인 중국에너지건설유한공사(China Energy Engineering Corporation·CEEC)가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가 안보 위협과 국부 유출 논란에 더해 중국 업계가 국내 해상풍력 산업마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EEC는 자사 웹사이트 등을 통해 “한국 전라남도의 365㎿급 해상풍력 EPC 프로젝트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며 “계약 규모는 105억 위안(약 2조 원)”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전남 영광군 낙월도 인근 해역에 건설되는 낙월 해상풍력 사업이 지역과 용량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CEEC가 참여를 공개적으로 밝힌 프로젝트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낙월 프로젝트 시행사인 명운산업개발은 중국 기업의 참여 의혹에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CEEC 홈페이지 공개 문건을 근거로 한 취재진 질의에 “CEEC와의 계약은 사업 자문을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연관성을 인정했다.
중국 업계는 이제 막 판을 키우는 국내 해상풍력 사업에 꾸준히 눈독을 들여왔다. 지금까지는 국내 조립 업체에 기자재와 부품을 공급하거나 상표 교체(택갈이) 등 우회 방식으로 국내 사업에 참여했지만 CEEC처럼 중국 국영기업이 아예 EPC를 맡기로 하며 참여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업계는 해상풍력 산업이 중국에 잠식 당한 태양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낙월 프로젝트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업고 세계 해상 풍력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국내만 해도 한국에너지공단이 2023~2024년 선정한 해상풍력 지원 사업 9개 중 국산 터빈을 쓴 곳은 한 곳뿐인 반면 나머지는 중국산 2곳을 포함해 모두 외국산이 될 예정이다.
산업 특성상 해외 기업 수주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해저케이블 매설 과정에서 해저 지형과 수심, 잠수함 항로 등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세금을 재원으로 한 각종 지원금이 중국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논란이다. 낙월 프로젝트는 20년 동안 일정 가격을 보장하는 풍력 고정가격 계약 상반기 입찰에도 참여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해상풍력 사업에 이미 다양한 꼼수를 통해 중국 업계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안보 문제는 물론 국부 유출 등에 대응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과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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