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안 쓴 지 적어도 2~3년은 됐어요. 아이들 용돈도 알리페이로 주는걸요.”
6월 27일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서 만난 샤오훙(가명) 씨는 ‘현금을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제냐’는 물음에 답하기까지 몇 초간 뜸을 들였다. 그는 “주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결제를 한다”며 “아이들의 알리페이 앱에 선불 충전을 해주면 용돈이 된다. 스마트폰을 갖기 전에는 알리페이 앱이 깔린 스마트워치를 쓰게 했다”고 설명했다.
주말이었던 28~29일, 여유를 즐기러 나온 베이징 시민들은 확실히 단출한 차림이었다. 대부분의 남성은 빈손이었고 가방도 들지 않은 여성들 역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베이징 시민들의 손이 가벼워진 것은 모바일 결제 덕분이다. 2016년 중국 당국이 QR코드 결제를 합법화한 지 10년째를 맞은 올해 모바일 결제는 중국인들의 생활에 완전히 뿌리내렸다. 쇼핑몰과 마트의 계산대 앞에서 손님들은 하나같이 QR코드가 뜬 화면을 미리 켜둔 채 기다렸고 점원이 QR코드를 스캔해 ‘삑’ 소리가 나면 지체 없이 매장을 빠져나갔다. 택시·지하철·버스·자전거와 같은 대중교통도 모두 QR코드로 통했다.
특히 중국은 꼬마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까지 QR코드를 쓴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75세의 차오 씨는 “손주들도 용돈을 현금이 아닌 위챗페이로 보내달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상추와 당근 같은 각종 채소는 물론이고 과일까지 모두 QR코드로 구매한다.
상인들의 결제 앱 의존도는 소비자 이상이다. KFC·루이싱커피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전통시장, 택시기사 모두에게 알리페이·위챗페이 앱은 ‘주문·결제 단말기’ 역할을 한다. 베이징의 식당이나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입장하면 가장 먼저 매장 내 부착된 QR코드를 찍는다. QR코드가 안내해준 웹페이지에서 메뉴 선택과 결제를 마치면 음식이 나온다.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 단말기를 활용하는 한국과는 차이가 확연했다.
베이징 최대 상점가인 싼리툰 거리에 위치한 파스타 가게 점원은 “결제 회사에 약간의 수수료를 내기는 하지만 주문·결제를 전담하는 직원이 없으니 인건비가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알리페이·위챗페이의 용처는 더 많다. 결제 앱에는 수도요금·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 확인 및 납부, 택시 호출이나 자전거 대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40대 여성 류 씨는 “알리페이 앱에서 전기를 충전하면 아파트 전기계량기의 숫자가 변한다”며 “은행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이 알리페이·위챗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과 신용카드 등록을 해야 한다. 이 같은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베이징의 서우두와 다싱국제공항에서는 유니온페이와 베이징은행 등이 합작해 만든 외국인 전용 단말기 ‘창유퉁’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 기간이 최대 30일인 유심칩을 구매해 단말기에 끼우면 QR코드 등 지불 결제와 모바일 데이터, 지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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