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매출은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응되는 매출원가를 증빙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전면 부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과세당국은 추계조사를 통해 산정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도 필요경비를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A회사가 관악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4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회사는 통신기기 판매업 등을 영위하며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중고 휴대폰을 매입해 국내에서 판매하거나 해외로 수출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A회사에 대해 2020 사업연도 법인세 통합조사를 실시해 2020년 7월 1일부터 12월31일까지 B회사 외 23개 매입처로부터 실물거래 없이 공급가액 21억 9268만 원 상당의 매입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것으로 보고 관련 자료를 관악세무서에 통보했다. 이후 관악세무서는 2022년 7월경 A회사가 해당 세금계산서 매입액을 법인세법상 매출원가(구매비용)로 손금 처리한 부분을 부인하고, 법인세 과세표준을 21억 5794만 원 증가시킨 후 법인세 6억 5014만 원을 경정·고지했다.
이에 A회사는 “매출은 정상으로 인정하면서, 그에 대응하는 중고 휴대폰 매입비용을 가공거래 의심을 이유로 전액 부인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회사는 과세당국이 추계조사 등 가능한 방식으로 매출원가를 산정하지 않고 이를 전면 부인한 점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A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휴대폰 IMEI는 각 단말기마다 고유하게 부여되는 식별번호로, 중고 휴대폰 판매의 경우 이를 통해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1대1로 대응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며 “IMEI에 대응하는 매출액이 존재한다면, 그에 대응하는 중고 휴대폰 매입비용 또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세무당국은 휴대폰의 IMEI에 대응하는 매출액은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매출원가의 경우 휴대폰 모델, IMEI, 판매단가 등 세부내역이 확인 가능한 일부만을 인정하고, 세금계산서에 대응하는 부분은 가공 증빙으로 보아 전액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세무당국은 일부 판례를 근거로 이 사건이 법인세법 시행령 제104조 제1항이 정한 ‘장부 또는 증명서류가 없거나 중요한 부분이 미비 또는 허위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회사가 주장하는 필요경비는 매출액에 대응하는 중고 휴대폰의 매입비용으로서, 실제로 발생했으나 소득금액에 반영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며 “객관적인 증빙을 제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비용의 부존재를 추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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