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제 아내가 뭘 잘못했나. 저는 아내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며 유시민 작가를 저격했다. 유 작가가 전날 김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맞대응한 것이다. 선거 막바지에 진보 유력 인사의 ‘설화 리스크’가 불거지자 국민의힘은 맹공을 퍼부었다.
김 후보는 이날 강원 원주 유세에서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연단에 올랐다. 그는 “아내를 그렇게 말한 유 작가를 잘 안다”며 “두 번째 경기도지사 나왔을 때 저와 붙었는데 제가 이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유 작가의 여동생은 저와 같이 감옥에 갔던 분”이라며 “서로 다 잘 아는데 저는 한 번도 그 사람을 욕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제 아내는 땅바닥에 서 있는데 뭘 붕 떠 있는 것이냐”며 “우리 정치가 이래선 안 된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7남매 중 대학 나온 사람이 저밖에 없지만 제가 제일 가난하다”면서 “학벌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고 유 작가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설 씨와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년 반 감옥살이할 때 아내가 먼 곳까지 딸을 데리고 면회 왔다”며 “조그마한 책방을 하며 제 수발을 들고 아이를 키워내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 후보가 감정에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자 지지자들은 “존경한다”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김 후보는 충북 제천 유세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유 작가를 향해 “제정신이 아닌 정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스스로 자기 인격을 파괴하고 남을 파괴시키는 것이 정치는 아니다”며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거듭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주 유세에서 “대학을 나온 아버지보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우리 어머니를 더 존경한다”며 “결혼 생활하는데 학력과 직업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맹공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전형적인 진보 위선자들의 행태”라며 “학벌에 대한 차별 그리고 노동운동에 대한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공세가 이어지자 유 작가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표현이 거칠었던 것은 잘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설 씨가 왜 그러한 언행을 하는지에 대해 제가 이해한 바를 설명한 것”이라며 “계급주의, 여성비하, 노동 비하의 취지로 말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김 후보는 이날 강원 유세에서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며 지역 표심을 공략했다. 그는 “원주에 연세대 등 의과대학이 많다”며 “이곳에 생명과학 바이오 산업단지를 반드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춘천 유세에서도 “경기도지사 시절 전국 일자리 100개 중 43개를 만들었다”며 “강원에 좋은 기업을 유치하고 연구소도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이날부터 ‘90시간 외박 논스톱’ 유세에 돌입했다. 31일엔 강원 홍천·속초·강릉을 거쳐 경북 의성·포항·경주에서 집중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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