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팔고 채권을 적극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고 미국 채권을 순매수한 반면 불확실성이 커진 미국 주식은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주(19~23일) 미국 채권 약 3억 8800만 달러(5307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감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안전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의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서학개미가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이 미 하원을 통과한 지난 22일(현지 시간) 연 5.16%까지 올라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4.63%까지 치솟아 조만간 5% 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국채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구난방 관세 정책,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감세안으로 인한 연방 재정적자 우려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금융계에서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우리는 채권시장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도세는 지속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는 최근 한주간(19∼23일) 미국 주식 2억 500만 달러(280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 전주(12~16일) 순매도 규모는 9억 2400만 달러(1조 2640억 원)다.
미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여파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으로 환차손 압박까지 더해져 미국 주식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산을 줄이려는 글로벌 추세 때문에 미국 채권이 흔들리지만 사실 이를 대체할 자산이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타이밍 때문에 해외 투자를 꾸준히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국 주식 대신 채권으로 자산을 옮기려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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