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는 정황이 미 정보 당국에 포착됐다.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팽팽한 줄다리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중동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고조될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공격 무기를 이동하고 작전 실행을 위한 공군 훈련도 끝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한 이스라엘의 최종 결정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 방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을 단행해 테헤란 외곽의 군사기지 등을 파괴한 데 이어 하마스 등 친(親)이란 세력에 맹공을 퍼부은 상태다. 이로 인해 이들 전력이 크게 떨어진 틈을 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실시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스라엘이 공습에 나서려면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공중급유 시설 및 특수 폭탄 등 미국의 지원이 있어야 이스라엘의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현재 미 정부 내에서는 이스라엘의 이 같은 행보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란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핵시설을 이스라엘이 타격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의 정세가 극도로 불안정해질 수 있어서다.
이날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가능성이 언급되자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1일 장중 전일 대비 약 3.5% 급등한 배럴당 64.19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보다 핵 협상을 비롯한 외교적 접근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미 당국자들은 실제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전직 고위 정보 요원 출신인 조너선 파니코프는 “이스라엘의 결정은 미국 정부가 어떤 결정과 행동을 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어떤 합의를 하는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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