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개미(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화장품과 전기차 부품 등 중국 내수 종목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 기간이 포함된 이달 둘째 주에 이 같은 움직임이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을 덜 받으면서 중국 내수 시장 의존도가 큰 종목에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1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0~15일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중국 주식(순매수 결제 기준) 1위는 중국 토종 화장품 기업인 프로야 코스매틱(43만 2640달러·약 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부품 제조 업체는 두 곳이나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2위 절강 산화와 4위 닝보투푸그룹의 순매수 결제액은 각각 37만 5310달러(약 5억 원), 29만 4375달러(약 4억 원)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통신칩 전문 회사인 이스프레시프도 30만 5421달러(약 4억 원)를 기록해 순매수 결제액 3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들 종목은 중국의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필수 소비재이면서 국가 차원에서 육성한 핵심 사업과 연관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중 양국이 관세 문제를 놓고 한발씩 물러났지만 관세 불확실성의 불씨는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양국은 보복관세를 취소했지만 미국이 부과한 합성 마약 펜타닐 관련 관세 등은 여전히 적용받는다.
실제로 중국이 내수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화장품 등 필수 소비재의 해외 수입 상품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 화장품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도 보건산업 수출 실적’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한국 화장품 수출 1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지만 비중은 32.8%에서 24.5%로 8.3%포인트나 줄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에 납품하는 부품 기업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다만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를 가장 많이(250만 2321달러·34억 원) 팔아치웠다. 이와 관련해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비야디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이 기간 일시적으로 몰린 것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미중 간 무역이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의 ‘내수 살리기’ 기조에 따라 내수 종목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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