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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은 푼돈장사"…기업형 사기 목표는 온라인 도박장

[사기에 멍든 대한민국] <1>우리는 AI 첨단기업

자금 마련뒤 도박장 운영해 떼돈

'롤스로이스男'도 불법도박 총책

마약상 꿈꾸는 범죄 조직도 늘어

"잠입수사·통신감청 등 대책 시급"

의료용 마약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신 모(30) 씨가 2023년 8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이후 1년간의 수사 끝에 신 씨가 캄보디아 소재 불법 도박 사이트 총판으로 활동한 사실을 추가로 파악해 도박 공간 개설 및 범죄 집단 조직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에서 조폭으로 활동하던 오상철(47·가명) 씨는 2014년 돌연 중국 산둥성으로 넘어가 폐공장에 콜센터를 차렸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할 대포통장을 수집해 조직에 팔아넘기는 이른바 ‘장집(통장 관리하는 집)’으로 돈을 벌겠다는 발상이었다. 실제 그는 이후 4년간 대포통장 1만 4400개를 팔아넘겨 144억 원을 벌어들였고 개인적으로도 최소 21억여 원을 챙겼다.

떼돈을 번 오 씨는 이내 불법 파워볼 도박장 운영에 손을 뻗었다. 조직원 수십 명과 함께 콜센터를 풀가동하며 돈을 벌어야 했던 장집 시절과 비교하면 워라밸이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도박금을 대리 충전해주거나 베팅해주는 방식으로 판돈을 불과 10개월 만에 31억 원까지 불렸다. 또 떼돈을 긁어모은 그는 유흥과 도박에 탐닉하다가 지난해 결국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보이스피싱에 이어 리딩방·로맨스스캠까지 사기 범죄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들의 야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기는 그저 관문일 뿐 최종적으로는 도박장을 개설해 수수료 장사로 떼돈을 버는 게 사기꾼들의 최종 목표다. 직장인들이 평사원에서 시작해 사장직까지 꿰차는 ‘샐러리맨 신화’를 꿈꾼다면 사기꾼들에게는 ‘도박장 신화’가 있는 셈이다.



백의형 경찰청 피싱수사계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이스피싱·로맨스스캠 등은 사기꾼들 사이에서 푼돈 만지는 일로 인식된다”면서 “이들의 최종 목표는 사기 범죄로 ‘초기 자금’을 모은 뒤 도박장을 개설해 편하게 돈을 버는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실제 도박장은 사기꾼들 사이에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한 번 개설하면 손을 거의 대지 않고도 수수료 장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박 사이트의 경우 실물 도박장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대부분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검거 가능성도 낮다. 2023년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 운전을 하다 행인을 치어 죽인 ‘롤스로이스남’ 신 모(30) 씨가 몸담았던 불법 도박 조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조직은 2020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캄보디아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불과 7개월 만에 판돈 규모를 8600억 원까지 불렸다. 조직원들은 이후 3년간 호화 생활을 하다가 경찰이 사고를 계기로 신 씨의 자금 출처를 1년 가까이 캐고 난 후에야 덜미를 잡혔다.

백 계장은 “도박 사이트는 초반에 피해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해 신뢰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며 “다만 초기 투자에만 좀 공을 들이면 이후 자동으로 돈이 벌리는 만큼 도박장 개설은 모든 사기꾼들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마약 사업에 손을 뻗는 사기 범죄 조직들 또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기에서 시작해 도박·마약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뿌리 뽑기 위해 범죄 조직들을 척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는 “사기 범죄 조직이 ‘범죄 기업’으로 진화하면서 사기·도박·마약 등 여러 범죄를 동시에 저지르고 있다”며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잠입 수사와 통신 감청, 플리바게닝(사법 협조자 형량 감면 제도)을 도입하고 증인 보호를 위한 예산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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