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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떨어지는데 통화량은 줄어…"중환자 韓경제 이상신호"

[M2 23개월만에 줄어든 원인은]

① 은행, 가계빚 관리 위해 대출 ↓

② 소비자, 지갑 닫고 저축도 줄여

③ 지방정부, 예치금 빼 사업 집행

④ 기업, 국내보다 해외 투자 확대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중에 풀린 돈이 23개월 만에 감소했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시중에 돈이 늘어나는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당장이라도 응급실에 들어가야 하는 중환자처럼 신체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은이 15일 발표한 ‘3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3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 평잔)은 4227조 8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0.1%(3조 8000억 원) 줄었다. M2가 감소한 것은 2023년 4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에는 현금과 사실상 현금이나 마찬가지인 수시입출금식 통화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처럼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시중에 공급된 자금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할 때 활용하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중 통화량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 예금에서 돈을 빼 대기 자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이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0.75%포인트 내렸는데도 통화량이 감소했다. 이달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상 신호가 나타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시중에 돈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가계부채 급증을 꼽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금융권이 대출 관리 모드에 들어가면서 기업대출까지 줄였고 이것이 통화량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올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1조 4000억 원 증가했는데 기업대출은 2조 1000억 원 감소 전환했다. 기업이 대출로 일으킨 자금을 예금하거나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통화량이 늘어난 것으로 잡힌다. 하지만 기업대출 둔화로 통화량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 관계자는 “M2에 포함되는 금융채가 전월보다 4조 8000억 원 줄었는데 이는 기업대출 공급이 감소해 은행들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 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 감소에 따라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증가 폭이 둔화된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3월 정기 예적금은 전월 대비 1조 9000억 원 늘었으나 직전 월인 2월(8조 5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예금금리 하락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만 올라 국민들이 돈을 은행에 넣어둘 여력도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소매판매는 3월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잇단 선심성 재정 집행도 통화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정부가 금융기관에 예치한 자금을 인출하면서 3월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전월보다 7조 2000억 원이나 쪼그라들었다. 실제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을 위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쓰는 금액은 최근 3년 연평균 9조 원 수준이며 올해 추가경정예산에도 관련 사업에 4000억 원 규모의 금액이 편성됐다. 선심성 정책이 국가 재정은 물론 통화량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투자를 늘리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한은 측은 “3월 기타 통화성 상품이 전월보다 5조 7000억 원 줄었다”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늘고 및 수입 결제 대금 지급에 따라 외화 예수금을 중심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전월비 69억 5000만 달러 늘었다. 2023년 같은 기간 58억 3000만 달러가 해외로 나간 것과 비교해 훨씬 큰 증가 폭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0%대 성장률 공포에 한국에서는 희망을 찾지 못하고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기에 통화량이 준다는 것은 한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통화량 감소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특정 이벤트가 몰리면 금리 인하 기조와 상관 없이 통화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면서 “추세적으로 통화량 감소가 이어질 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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