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 지주사인 SK㈜가 사내독립기업(CIC)인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 4곳을 SK에코플랜트에 편입하는 사업 재편안을 시행한다. 2026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SK에코플랜트의 덩치를 키우고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를 합병하는 사업 재편을 단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SK에코플랜트 구하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SK㈜는 이사회를 열고 SK머티리얼즈의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내용의 사업구조 개편안을 의결했다고 13일 밝혔다. SK㈜는 이에 따라 SK머티리얼즈 산하 자회사 SK트리켐(65%), SK레조낙(51%),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51%)의 보유 지분을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SK에코플랜트의 신주를 발행받는다. 아울러 지분 100%를 보유했던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SK에코플랜트와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진행해 회사를 이전한다. 지분 가치로 따지면 SK㈜가 약 4800억 원 규모의 자본을 SK에코플랜트에 지원하는 셈이다.
SK는 반도체 소재 사업을 SK에코플랜트에 집중해 중복 사업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사업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SK트리켐과 SK레조낙은 각각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전구체와 식각 가스를 만든다.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제조하고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데 필수적인 포토 소재를 생산한다.
SK㈜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관련 설계·조달·시공(EPC) 사업과 반도체 리사이클링 사업에 반도체 소재 분야를 강화해 반도체 종합 서비스 사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SK의 리밸런싱(사업 재편) 작업이 SK에코플랜트의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들여 IPO를 약속했다. 내년까지 IPO를 이행하지 못하면 수천억 원 규모로 채권을 되사거나 고율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SK는 SK에코플랜트가 현 상황에서는 독자적인 상장이 어렵다고 판단해 SK㈜의 사업을 떼내 붙이는 고육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는 지난해에도 반도체 가공·유통사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제조 업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하며 부채비율을 238%(2023년 말 기준)에서 233%(2024년 말)로 낮춘 바 있다.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자회사들의 실적은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 주력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1분기에만 매출 17조 6391억 원에 7조 40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D램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할 만큼 호실적을 올리고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로 하반기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소재나 가스 공급 등을 맡은 자회사들도 덩달아 성장하게 될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SK의 리밸런싱은 SK에코플랜트 사업 재편을 기점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그룹 내 사업 악화가 두드러졌던 SK온과 SK에코플랜트를 정상화할 지원책의 큰 틀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SK는 자산 106조 원 규모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SK의 ‘아픈 손가락’ SK온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끝내고 흑자 전환했지만 다시 1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35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2993억 원의 손실을 냈다.
SK는 하지만 캐즘 시기만 벗어나면 SK온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업체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탱크 터미널 기업 SK엔텀도 SK온과 합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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