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확대 영향에 한 달 사이 50억 달러 가까이 줄었다. 3월말 기준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10위로 전월보다 한 계단 내려앉았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046억 7000만 달러로 전월말(4096억 6000만 달러) 대비 49억 9000만 달러나 줄었다.
지난해 4월(59억 9000만 달러) 이후 1년 만에 최대 폭 감소하면서 2020년 4월(4049억 8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87.6원으로 뛰는 등 불안한 환율 탓에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거래가 늘면서 외환보유액 유출 요인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4월 들어 분기말 효과가 소멸된 영향도 작용했다. 금융기관은 각 분기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3월, 6월 9월 등에는 외회예수금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외환보유액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가증권 3565억 달러(88.1%), 예치금 232억 3000만 달러(5.7%),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156억 8000만달러(3.9%), 금 47억9000만달러(1.2%), IMF포지션 44억 7000만달러(1.1%)로 구성됐다.
주요국과의 순위를 비교할 수 있는 3월 말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4097억 달러)는 세계 10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2000년 관련 순위 집계 이후 9위 자리를 놓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높았던 순위는 2002년 6월(1124억 달러)에 기록했던 4위였고 대체로 9위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1위는 중국으로 3조 2407억 달러를 보유했다. 이어 일본 1조 2725억달러(2위), 스위스 9408억 달러(3위), 인도 6683억달러(4위), 러시아 6474억 달러(5위), 대만 5780억 달러(6위), 사우디아라비아 4542억 달러(7위), 독일 4355억 달러(8위), 홍콩 4125억 달러(9위) 순이었다.
직전달 10위였던 독일이 한달새 288억 달러나 몸집을 불리며 당시 홍콩(8위), 한국(9위)을 제친 결과다. 같은 기간 홍콩과 한국의 외환보유액 각각 38억 달러 감소, 5억 달러 증가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한은은 "특히 3월 독일이 10위에서 8위로 두 단계 올랐는데, 독일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은의 발표대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한 달 사이 50억 달러 가까이 줄며 지난달 말 4046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감소 요인의 상당 부분이 일시적인 데다 환율도 하락세인 만큼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스와프 만기에는 국민연금으로부터 다시 자금이 돌아오고, 금융기관 예수금도 계절적 특성에 따른 것인 만큼 기조적으로 계속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환율도 1300원대로 다시 떨어지면서 국민연금의 환 헤지(위험분산) 필요성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외환보유액 감소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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