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G-DRAGON, 이하 지디)과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 성시경, 신동엽 등 정상급 연예인들이 잇따라 주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위상이 높아진 K팝, K드라마 등에 힘입어 초반 흥행몰이를 이끌며 침체된 주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일시적인 화제성에 그치지 않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지디가 BGF리테일과 협업해 CU에서 출시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완판됐다. 당일 아침에는 8시경부터 대기 인원이 몰려 접속 지연까지 발생했다. 이 제품은 지디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첫 주류 제품으로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지디의 취향을 반영한 와인 베이스의 생레몬 하이볼이다. 데이지 꽃 모양을 형상화한 생레몬 슬라이스가 들어간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88년생인 지디가 평소 좋아하는 숫자 ‘8’에 착안해 초도물량 88만 캔으로 한정 출시했다”며 “유니크한 패키지는 지디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으며 이미 여러 국가에서 수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4500원이며 3캔에 1만 2000원 행사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연예인이 주류 사업에 뛰어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애주가’로 손꼽히는 개그맨 신동엽이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선보인 ‘블랙서크 위스키’는 출시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 12만 병이 완판됐고, 지난해 배우 하정우와 협업한 ‘콜 미 레이터 러시안잭 소비뇽 블랑’ 역시 당일 30분도 채 안돼 품절되며 발주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수 성시경이 자신의 이름을 딴 막걸리 ‘경탁주12도’도 출시 직후 품절 대란을 일으킨데 이어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전통주류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품질도 인정받았다. 이밖에 BTS 멤버 진의 증류주 ‘아이긴(IGIN)’, 걸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소유의 ‘쏘하이볼’ 등도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초기 품절 행렬에 합류했다.
이처럼 스타들이 잇따라 주류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이들과 유통 및 주류 업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방송 내 음주 장면이 엄격히 제한됐던 과거와 달리 유튜브 등에서 이른바 ‘술방(술 방송)’이 자유로워지며 주류 시장의 접근성이 높아진 가운데 스타들이 직접 참여해 출시한 제품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헬시플레저 열풍으로 가뜩이나 주류 소비가 줄어든 주류 업계로서는 연예인들과의 협업이 한줄기 희망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K드라마, K팝 등 우리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참여한 제품은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타의 명성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꾸준한 매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곳이 유통 업계인 만큼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꾸준히 개선시키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연예인 주류사업의 성공신화로 꼽혔던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는 지난 2022년 국내 양조장과 협업해 증류식 소주를 출시해 품절 대란을 일으켰지만, 올해 제조사 원스피리츠는 매출 급감으로 전년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원스피리츠의 매출은 2023년 1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억 원으로 같은 기간 무려 95% 쪼그라들었다.
주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이 참여한 주류는 출시 초반에는 화제성으로 반짝 흥행몰이를 할 수 있어도 꾸준히 사먹을 이유 없이는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전문 경영인, 양조회사 등과의 협업으로 유통채널을 다변화하는 등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계속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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