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투자업계에서 퇴직연금을 로보어드바이저(RA)에 일임하는 서비스 출시 경쟁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RA 일임형 서비스는 가입자가 일일이 RA 투자 전략을 승인하지 않아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가입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RA가 그에 따라 자동으로 상품을 운용해준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이르면 이달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이 자체 개발한 RA 일임형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어 퇴직연금 시장에서 업권 간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투자업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르면 이달 자체 기술로 개발한 퇴직연금 RA 일임형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정부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데 따른 것으로, 국내 증권사 중에선 자체적으로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사례다. 삼성증권과 KB증권도 조만간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RA 일임형 서비스 출시 경쟁에 뛰어든 건 퇴직연금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존 RA 서비스와 달리 AI의 판단을 기반으로 자동으로 상품이 운용된다는 점에서 편의성과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RA 서비스로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RA 서비스를 이용 중인 퇴직연금 가입자가 그렇지 않은 가입자 보다 최고 30배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RA의 권한이 커진 일임형 서비스가 도입되면 이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2021년 12월 미래에셋증권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만든 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인 예금 위주(90%)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수익률(1.3%)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투자 성향이 ‘성장추구형’이었던 A씨는 RA 서비스에 가입해 예금 비중(10%)을 최대한 낮추고 펀드(90%) 비중을 늘려 누적 운용 수익률은 32.5%를 기록했다. 안정추구형·성장형 투자성향을 가진 B씨도 RA 서비스를 통해 펀드 비중(54%)을 기존(34%)보다 늘리는 대신 안정형 상품인 예금 및 보험상품(46%)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운용 방식으로 바뀌면서 누적 수익률은 13.9%를 기록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 이후 업권 간 퇴직연금 유치전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RA 일임형 서비스가 차별성을 높일 수 있는 무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자산운용사들이 RA 일임형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퇴직연금 부문 상위 3개 증권사(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의 지난 해 10월 이후 지난 달 말까지 퇴직연금 순유입액은 2조 5732억 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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