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장된 증권 업종 20개 종목 가운데 8개 종목이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눈에 띄는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관세 영향에서 한발 비켜나 있고 탄탄한 실적과 증시 활성화 등의 정책 추진 기대감으로 증권 업종 전반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진단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내 증권 종목 20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006800)·NH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한국금융지주(071050)·유화증권(003460)·신영증권(001720) 6개 종목이 52주 신고가로 거래를 마쳤다. 대신증권(003540)과 DB증권(016610) 등 2개 종목은 각각 장중 한때 1만 8000원, 6400원으로 신고가를 달성했다. 단 하루 만에 8개 종목이 52주 신고가 기록을 쓴 셈이다.
최근 증권주 강세 특징은 일부 종목에만 국한하지 않고 업종 전반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138040)와 교보증권(030610)도 지난달 30일 종가가 각각 12만 4100원, 6600원으로 52주 신고가 직전까지 왔다. 이에 국내 증권사에 집중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증권 상장지수펀드(ETF)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증권 ETF는 각각 4.26%, 4.35%씩 오르면서 모두 52주 신고가로 거래를 마쳤다.
증권업이 강세인 것은 우선 내수에 기반을 두고 있어 사실상 관세 무풍지대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이 줄어들었고 금리 인하가 진전될수록 운용 수익 등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작용했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거래 대금이 차츰 늘어난다는 점도 호재다.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7조 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5% 증가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 합산 거래 대금도 하루 평균 17조 8000억 원으로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95% 이상을 차지하는 대체거래소 거래 비중이 확대될수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늘면서 증권 업종 전반의 실적을 받쳐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이 연내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사업자를 신규 지정하기로 하면서 사업 확대 기회도 충분하다. 자금 조달원을 다변화하고 증권 업종의 수신 기반이 확대되면 투자은행(IB) 부문 등에서 추가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코스피 5000 달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차기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 등이 예상치를 뛰어넘은 실적을 거두면서 주가가 상승한 가운데 관세 영향이 적고 거래 대금이 회복되면서 증권주들이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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