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은 발언이 객관적으로 허위성이 있고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는 허위 사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며, 발언이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할 경우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도 새로 정립했다.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이에 찬성할 정도로 ‘유죄’에 대한 대법관들의 의견은 압도적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선거인의 알 권리와 국민으로서 가지는 헌법상 기본권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후보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백현동 관련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김 전 처장 골프 발언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 전 처장과 함께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친 사실이 있음에도 TV 방송에서 “국민의힘에서 사진을 조작했다”는 식으로 이를 부인한 것이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이 발언이 단순한 인식 착오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교류 사실을 유권자에게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김 전 처장과의 골프 동반 여부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사실이라는 점에서 허위성뿐 아니라 발언의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관련 발언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법적 근거를 들어 성남시에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했으며 직무유기 혐의까지 거론하며 협박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대법원은 실제로 국토부가 그러한 강제나 압박을 가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성남시가 먼저 질의했고 국토부는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고 명확히 회신했다는 점을 들어 이 발언 역시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이 두 발언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처장 골프 발언은 ‘조작’이라는 표현이 다의적일 수 있고 피고인의 기억이나 인식의 문제에 불과하다는 취지였다. 백현동 관련 발언도 국토부의 법적 요구를 인용한 정치적 해명 또는 의견 표명에 해당하며 허위 사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이 발언의 전체 맥락과 일반 유권자가 실제로 받아들일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유권자들이 실제와 다른 사실로 오해할 수 있었는지가 판단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번 상고심에서 법적 판단의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이었다. 이 조항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허위 사실’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공표된 사실의 전체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한다면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해도 허위로 볼 수는 없다”는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중 2명(이흥구·오경미)의 대법관은 무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문제된 발언들이 과거 행위에 대한 기억에 불과하거나 정치적 해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의미가 다의적인 표현을 형사처벌까지 연결 짓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와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현동 발언의 경우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국토부 압박’이라는 표현 역시 행정 협의 과정을 정치적으로 해석한 것일 뿐 객관적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두 대법관은 이러한 표현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비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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