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서 최고경영자(CEO) 역시 금융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내부통제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는 입증을 하기 위해서라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해 관련 업무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현출 PwC컨설팅 파트너는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과거에는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준법감시인만 찾으면 됐으나 이제는 모든 임원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제언했다.
책무구조도란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구체적 책무를 지정해 문서로 만든 것이다. 횡령·배임·불완전판매 등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업무 연관성에 따라 내부통제 책임을 CEO나 이사회 의장에게 물을 수 있게 해 금융 사고를 예방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7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이미 시행됐으나 금융사 부담을 고려해 금융지주·은행에는 6개월, 증권·운용·보험 업권(자산 5조 원 이상)에는 1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박 파트너는 내부통제 체계의 각 구성 요소들이 전체 맥락에서 연계성을 갖추도록 하는 게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부통제가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되느냐가 책무구조도 운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봤다. 박 파트너는 “금융 당국이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는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 점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바로 실효적 운영 여부”라며 “결국 기준 마련에서부터 미흡 사항 시정, 교육·훈련 등을 포함한 일련의 내부통제 활동이 실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느냐, 즉 임원들이 실질적으로 내부통제 관련 조치를 하고 있는지를 따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파트너는 이러한 내부통제 운영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무구조도에 따라 임원들에게는 상당한 양의 내부통제 업무가 요구된다”며 “현실적으로 은행의 행장·부행장 등 금융사의 주요 임원들이 내부통제 관련 업무를 일일이 챙기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각 내부통제 업무별로 AI나 신기술을 활용한 효율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파트너는 금융 사고 발생 시 책무구조도에 따른 임원 책임을 따지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융 사고가 발생한다면 결국 증거 싸움의 양상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며 “임원으로서 각자가 맡은 내부통제 책임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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