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환경미화원’이 되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몸체가 달린 복대를 허리에 두르고 기계 뼈대를 다리에 착용한 뒤 전원만 켜면 끝이었다. 묵직한 기계와 한 몸이 됐다는 부담도 잠시뿐이었다. 세 걸음을 내딛자 기계가 사람 하체의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무게감이 거의 사라졌다. 몸을 옮길 때마다 허벅지를 감싸는 지지대가 무릎을 당겨 보조하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가 도입한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이 가동하기 시작했다.
직접 로봇을 입고 이달 28일 새벽 5시께 작업용 차량에 탑승해 구로구청을 출발했다. 이 시간대 출발하는 ‘새벽기동조’는 민간 업체들이 미리 정리해 내놓은 일반 쓰레기와 무단 투기물을 차량으로 옮기는 작업이 목표다. 대상 구간은 구로구청부터 가리봉시장까지 왕복 3㎞가량. 환경미화원들이 차량으로 던져넣는 75ℓ 종량제 봉투의 무게는 상당했다. 홍승만 구로구 환경공무관은 “종량제 봉투 하나에 7~8㎏ 정도 나간다”면서 “무단 투기물이 마구 섞여 있으면 혼자 들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경우도 있다”고 했다.
로봇이 가장 도움되는 지점은 이동하는 과정이었다.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없애준다는 의미다. 실제 작업자들은 한 곳의 쓰레기를 수거한 뒤 다음 장소까지 뛰어다니기 일쑤다. 탑승부가 높은 작업용 차량을 타고 내리는 과정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하체 전반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먼 거리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차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무릎이나 허리 부상은 고질병일 수밖에 없다. 양용효 구로구 환경공무관은 “폐기물 수거처럼 무게가 더 많이 나가고 차량 위로 던져야 하는 작업에는 로봇의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당초 고령층의 보행을 보조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이 장치는 작업자들을 돕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개발 업체 측에 따르면 기계를 착용한 뒤 20㎏의 짐을 들고 걸을 때 체감상 무게는 약 12㎏ 줄어든다. 짐 없이 평지를 보행할 경우 대사 에너지 소모가 20% 감소한다. 특히나 청소 차량 후면 발판에 탑승이 금지된 상황에서 근골격계 보호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르막길에서는 하체 근육에 걸리는 부하를 낮춰주고 내리막에서는 무릎이 받는 충격을 낮춰주는 기능이 핵심이다. 기계 무게도 1.6㎏에 불과하다.
구로구처럼 빌라나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좁은 골목과 계단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이 많은 경우 효과는 배가 된다. 대당 약 3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에도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현장 반응을 본 뒤 소속 공무관들뿐 아니라 민간 업체에도 장비 보급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미 5대를 시범 도입한 구로구 외에도 서울 금천구와 국립공원공단이 같은 기계를 들였다.
복지·환경·행정 등 다른 분야에서도 로봇 도입은 확산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만 주로 활용됐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자치행정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인구절벽으로 일손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로봇을 도입해 인력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분야가 복지사업이다.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홀로 지내고 있는 독거 어르신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전담할 인력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서울 마포구는 인공지능(AI) 반려로봇을 지역 내 400명의 노인들에게 보급해 정서적 지원과 치매 예방을 꾀하고 있다. 도봉구도 돌봄로봇 ‘다솜’을 저소득층 독거 어르신에게 지원했다. 다솜은 말벗이 돼줄 뿐 아니라 약 복용 알림과 응급 호출 같은 안전 기능까지 갖췄다.
환경과 서비스 분야에서 주민들의 편의를 돕는 사례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에 이어 양구군·홍천군, 경북 옥천군 등이 인공지능 캔·페트병 회수로봇을 설치해 환경보호를 강화했다. 이 로봇은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 페트병과 캔을 자동 선별해 회수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시대가 지속되며 사회 주변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을 AI가 대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지자체들의 로봇 도입은 업무 효율성 향상뿐 아니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주민들의 편의를 높여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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