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 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에 대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달성 가능 시점을 2029년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까지는 2027년으로 예상했으나, 6개월 만에 발표한 수정 전망에서 2년을 늦췄다.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내수 회복 지연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충격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IMF는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대만에 역전 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2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IMF는 지난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를 지난해보다 4.1% 줄어든 3만 4642달러로 추정했다. GDP는 한 국가의 영역 내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평가해 합산한 개념으로, 국가 간 경제력을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IMF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2020년 3만 3653달러에서 2021년 3만7518달러로 늘었다가 2022년 3만 4822달러로 줄었다. 이후 2023년 3만 5563달러, 지난해 3만 6129달러 등으로 다시 증가했으나 올해는 3년 전인 2022년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추락할 것으로 본 것이다. 2029년 4만 달러 돌파 전망은 내년 3만 5880달러, 2027년 3만 7367달러, 2028년 3만 8850달러로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IMF는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은 올해 1.0%, 내년 1.4%, 2027·2028년 2.1%로 회복되다가 다시 2029년 1.9%, 2030년 1.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IMF는 대만의 1인당 GDP는 지난해 3만 3437달러, 올해 3만 4426달러, 내년 3만 6319달러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1인당 GDP 4만달러 달성 시점은 우리나라와 같은 2029년(4만 385달러)으로 예상했고, 2030년에는 우리나라가 4만1892달러로 대만의 4만1244달러를 다시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IMF에 따르면 일본의 1인당 GDP는 지난 2022년 우리나라에 따라잡혔고 2029년에 우리나라, 대만처럼 4만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IMP의 우리나라에 대한 GDP 전망은 경제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민 소득 4만 달러 달성 시점은 앞으로 환율에 따라 가변적"이라면서도 "대만에 국민소득을 역전 당할 것이라는 전망은 뼈아픈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우리나라에 한번 역전 당한 뒤 계속 뒤처지는 상황처럼 우리도 대만에 앞으로 계속 뒤처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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