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으면서 노조가 오는 30일 파업을 예고했다. 노사 협상이 법정 조정기한인 29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노조는 30일 첫차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올해도 파업에 들어간다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서울 시내버스가 멈춰서게 된다.
27일 서울시와 시내버스 노조 등에 따르면 노조는 28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다. 노사는 그간 총 9차례의 교섭을 벌였고 지난 2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1차 조정회의를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8일 조합원 투표에서 쟁의행위 안건이 가결되고 2차 조정일인 29일 자정까지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노조는 30일부터 준법투쟁,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노조에 가입한 60여개 버스회사 근로자 대부분이 이번 임단협 대상이다.
노조는 버스회사들과 서울시가 임금 동결을 넘어 연장 근로 수당 등 각종 수당 지급을 막을 수 있는 임금 체계로 개편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바뀐 통상임금 적용 범위다. 작년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판단요건으로 작용해온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중 고정성 요건을 폐지하면서 "재직 조건이나 근무 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격월로 받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통상임금 산입 범위와 관련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노조는 현행 63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과 암행 감찰 폐지 등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사측은 통상임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체계를 유지할 경우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져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이란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을 뜻하며,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수당·퇴직금 규모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평균적으로 버스기사 임금이 15% 늘어 추가 인건비가 연간 1700억원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 8.2% 인상분까지 합하면 전년 대비 임금이 최대 2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므로 사측의 추가 비용은 결국 서울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시는 시내버스 운영에 따른 적자가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상식적인 요구를 제시해왔으나 사측은 임금 삭감, 무제한 해고·징계 등 40여가지가 넘는 반노동적 개악안만을 내밀어 교섭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특히 교섭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된 적 없는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제외' 안건을 노동위원회에 일방적으로 제출해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았다"고 반발했다.
시는 만일의 파업 가능성을 고려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시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노조의 쟁의행위 투표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시민들에게 대책 내용을 미리 안내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