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미국 수출을 위해 국내로 들여와 한국산으로 둔갑한 제품의 적발액은 285억 원으로 전부가 중국산이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적발액 217억 원을 넘어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한국을 ‘티후아나 투스텝(Tijuana Two Step)’ 우회 수출 기지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무역에서 ‘티후아나 투스텝’은 제3국에서의 단순 재포장·가공·조립을 뜻한다. 1950~1960년대 미국의 인기 밴드 ‘더 챔프스(The Champs)’의 노래 제목에서 유래한 용어다. 티후아나는 미국 국경에서 가까운 멕시코 서부 해안 도시로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 기지로 유명하다. ‘투스텝’은 두 걸음으로 이뤄진 간단한 춤동작을 말한다.
중국은 티후아나 등 멕시코 지역으로 상품을 대량 운송한 뒤 개별 포장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고 있다. 800달러 미만의 소액 소포에 적용되는 비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직배송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중국은 때로는 원산지 증명서 위조, 라벨 갈이 등의 불법 행위까지 동원해 알루미늄 등을 멕시코산으로 속여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원산지 세탁’ 행위가 빈번하다.
중국은 한국을 대미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 생산 시설 확대, 지분 투자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한국 투자는 8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배 늘었다. 그만큼 미국의 통상 압박과 우리 수출 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2일부터 중국·홍콩발 소액 소포에 대한 비관세 혜택을 폐지하기로 하고 무역 상대국에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차단을 요구하고 있다. 멕시코·호주·영국·베트남 등은 이미 대중 관세 인상, 중국 투자 규제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중국의 불법 우회 수출을 철저히 단속하고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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