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경영권 매각 절차가 우선협상대상자 KCGI의 세무조사로 중단되며 표류하고 있다. 매각 측인 한양학원이 일단 세무조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협상 기간을 연장할지, 매각 절차를 원점으로 돌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과 KCGI의 한양증권 주식매매계약(SPA) 유효 기한은 오는 6월 말까지다. 업계에선 그전까지 KCGI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 시 한양증권 매각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KCGI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되자 16일부로 잠정 중단됐다. 세무조사 결과가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은 금융업 신규 인허가 및 대주주변경승인 심사 중 소송·조사·검사 등이 진행 중일 경우 심사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 금융업 인허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심사 대상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건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발견될 경우 적용된다.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안갯속에 빠진 가운데 업계에선 한양학원이 KCGI가 아닌 새 인수 희망자를 당장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한다. 새 인수 후보자를 물색하기 위해서는 매각가 협상 등을 위한 실사, 계약 조건 협의 등의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양학원 입장에선 자금 조달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8월 한양학원은 차순위협상대상자로 패션기업 LF(093050)를 선정한 바 있다. 9월에는 KCGI와 한양증권 지분 29.59%를 약 2204억 원(주당 5만 8500원)에 매각하기로 SPA를 체결했다.
그러나 KCGI가 낙마하더라도 LF와 반드시 인수 협상에 나서야 할 의무는 없다. KCGI 측도 과거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 인수 당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을 넘은 경험을 토대로 세무조사만 잘 넘기면 한양증권을 인수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한양학원 입장에선 이번 경영권 매각 절차가 지연되는 게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은 건설 시장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의대 집단휴학 등의 여파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최근 한양학원이 OK캐피탈로부터 450억 원 규모 긴급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해당 대출에는 동반매도청구권이 설정돼 추후 OK금융그룹이 한양증권 경영권 매각에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OK캐피탈이 담보권을 실행할 때 담보로 잡은 주식과 함께 한양학원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 11.29%까지 모두 제3자에게 일괄 매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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