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발목을 잡힌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정리하고 고성장세를 보이는 냉난방공조(HVAC)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 ‘선택과 집중’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한다고 22일 밝혔다. LG전자는 2018년 솔루션 선행 개발을 시작으로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전문 업체 하이비차저(옛 애플망고)를 인수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했다. 지난해 하이비차저는 영업손실 72억 원을 기록했고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감사보고서는 ‘의견 거절’을 받았다. 하이비차저는 LG전자에 인수된 지 3년 만에 청산 절차를 밟는다. 관련 업무를 수행한 인력 전원은 LG전자 내 다른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된다. LG전자는 “시장의 성장이 더디고 기술이나 상품 차별화보다는 가격 중심의 경쟁 구도로 변했다”며 “사업 재조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S사업본부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 철수로 확보한 역량을 가정용·상업용 에어컨과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등 HVAC 사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LG그룹은 최근 계열사별로 저성과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관련 사업을 매각하는 리밸런싱(재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최근 LG화학(051910)·LX인터내셔널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진행하던 11조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 프로젝트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분리막 사업에서 생산직 인력을 재배치하고 미국 진출 계획도 접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해 9월 중국 TCL의 자회사인 CSOT에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모듈 공장 지분을 매각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의 위기 극복 의지 속에 LG그룹의 사업 재편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전쟁과 경기 침체 속에서 LG 주력 계열사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빠르게 움직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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