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권역을 연고로한 시멘트·건설주가 상한가를 치며 급등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연이어 국회의사당의 세종시 이전을 공약하자 관련 기업 주가가 들썩이는 모습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성신양회(004980)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41분 전거래일 대비 약 30% 오른 1만 20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성신양회는 14~17일만 해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침체된 시멘트 업종 분위기를 반영했다. 시멘트 산업은 전방 산업인 건설업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의한 원가 상승, 환경 투자 증가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성신양회 영업이익은 532억 원으로 2023년(733억 원)과 비교해 27.4% 감소했다.
여러 악재에 쌓여 있음에도 주가가 급등한 것은 유력 대선 주자의 공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19일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국회 세종의사당·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 및 2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세종을 ‘행정수도 중심’으로 완성 하겠다”며 “헌법 개정 등 난관도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대통령실과 국회의 완전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21일에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 낡은 정치의 상징이 되어버린 여의도 국회 시대를 끝내고 국회 세종 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며 맞불을 놨다.
성신양회는 충북 단양시와 세종시에 공장을 둔 국내 주요 시멘트 기업이다. 성신양회를 포함해 ‘시멘트 빅5’로 분류되는 쌍용C&E·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삼표시멘트 등은 전국 각지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데 세종시가 있는 충청 권역에서는 성신양회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회와 대통령실 이전 공약이 현실화될 시 관련 인프라 투자가 대규모로 있을 수 있어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 잇따라 충청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을 내놓자 이날 코스피 상장사 계룡건설(013580)도 개장 직후 전 거래일 대비 약 30% 오르며 상한가를 찍었다. 계룡건설은 18일에도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었다. 계룡건설은 충청권 중심의 건설사로 분류된다.
정치 테마주…투자 주의해야
정치권 공약에 관련 주식이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추세에 따라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다수 기업은 관련 정치인의 사임이나 공약 철회 등에 따라 주가가 급락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테마주로 분류되는 진양화학이 대표적인 사례로, 진양화학은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거래일인 이달 14일 29.99% 하락한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5일에도 급락세를 이어가며 19.50% 내린 2415원에 장을 마감했다. 진양화학은 양준영 진양홀딩스 부회장과 오 시장이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여겨지고 있다. 진양화학은 가격 급락 흐름을 이어간 기간 사업 악재로 여겨질 만한 별다른 공시를 내지 않았다.
대상홀딩스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로 꼽혔는데 지난해 총선 기간 내내 강세를 보이다 선거 이튿날에 30.5% 급락했다. 이런 흐름은 선거 결과와는 관련이 없어, 당시 총선 승리를 거둔 이재명 후보 관련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 주가는 선거 다음날 22.8% 빠졌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는 확실한 사업 호재 없이 분위기에 따라 단기간 주가가 급등해 선뜻 투자했다가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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