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융은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사업입니다. 올해 첫 번째 목표로 인수금융에서 리그테이블 10위 안에 진입하겠습니다.”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우선”이라며 인수금융 등 투자은행(IB) 사업 확장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해 8월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IB 사업에 필요한 투자매매업 본인가 취득이 올 3월로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다. 남 대표는 그 사이 증권업에 맞게 조직 구조를 개편하고 다양한 출신의 인재들을 한 데 모아 자본시장에 맞는 기업 문화를 만들면서 신발 끈을 바짝 조였다. 본인가 취득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선 남 대표는 “올해를 본격적인 증권업 확장의 원년으로 삼고 실질적인 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라며 “수익 창출 구조부터 확립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IB와 디지털이 강한 종합증권사’를 내세우는 우리투자증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IB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IB 전문 인력들을 중심으로 본인가 취득과 동시에 공모채 인수 등 700억 원 규모의 거래가 진행 중이다. 또 인수금융에서만 대형 거래를 중심으로 1700억 원 규모의 주선 실적을 달성한 상태다.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우리은행 IB그룹 조직 전체가 여의도 파크원 타워로 이전한 데 이어 이달 1일자로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의 첫 협업 조직인 프라이빗에쿼티(PE)금융부를 신설해 인수금융 주관·주선 경쟁력을 강화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차원에서 2조 원 규모의 IB 펀드를 조성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남 대표는 “은행 IB와 증권, 자산운용 등이 모두 여의도 안에 있게 되면서 물리적이고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해졌다”며 “특히 PE금융부는 은행 IB와 증권 IB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그룹 시너지 창출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은행이 가진 탄탄한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채권발행 주관·인수, 기업공개(IPO), 증자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침 지난달 31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출시해 리테일 사업도 새 출발을 알렸다. 합병 전 포스증권이 운영하던 펀드슈퍼마켓을 모태로 국내주식 거래와 신용·대출 서비스, 투자정보 제공 등을 탑재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MTS가 출시되자마자 직접 설치하고 사용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지원 사격에 나설 정도다.
남 대표는 ‘우리WON MTS’를 직접 보여주면서 각종 기능을 설명했다. 가장 차별화된 지점은 주식을 살 때 전체 매수 금액과 함께 예상 거래 수수료를 함께 보여준다는 부분이다. 각종 투자 정보를 마구잡이로 보여주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골라서 요약 제시하는 것도 우리투자증권이 많은 신경을 쓴 포인트다. 남 대표는 “‘고객과 투자 여정을 함께 한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MTS를 만들었다”며 “투자 회전율을 높이게 유도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증권사가 함께 성장하면서 수익을 확대하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MTS 추가 개편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증권업계 디지털 전환이 빨라질수록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절하게 적용하면서 투자 경험을 기반으로 UI·UX(사용자 환경·사용자 경험)를 지속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 통합 슈퍼앱에 국내외 주식 거래 기능을 탑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슈퍼앱을 통해 잔돈 자동투자 등 소액 투자 서비스까지 제공하면 그룹과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종합증권사를 준비할 때부터 증권과 정보통신(IT) 전문 인력만 200명을 채용해 최근 전체 직원 수가 510명으로 증가했다. 최근엔 프라이빗뱅커(PB)도 적극 늘리는 등 각 사업 부문마다 성과를 낼 준비를 마쳤다. 남 대표는 “비대면 고객을 확대하면서 자산관리(WM) 영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체투자도 시장 자체가 어렵지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주관, 부동산 개발 등 거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매매업 본인가 취득 등이 당초 계획보단 다소 늦어졌지만 출범 5년 이내 자기자본 10위권 진입, 10년 이내 초대형 IB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외형 성장을 위해 추가 인수합병(M&A)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당장은 자체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남 대표는 “자기자본 3조 원 규모에 맞는 증권 시스템과 인프라부터 갖추기 위해 IT 투자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며 “증권업에 필요한 자본 효율화가 이뤄지면 추가 유상증자나 M&A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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