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내외 증시가 오락가락하는 변동 장세가 길어지자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투자만으로는 더 이상 지난해만큼의 수익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단순 해프닝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자 투자자들도 지난해와는 다른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국 외 독일, 중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편입 자산 비중을 분산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투자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나 잔존 만기 1년 미만의 초단기채 펀드로 넣어두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올해 국내외 증시 변동 장세 속 위험 대비 나서는 투자자들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와 달라도 너무 다른 美 증시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20% 이상의 연수익률을 기록한 S&P500은 올해 골골대며 좀체 반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초 이후 10% 넘게 하락한 S&P500은 지난 한 주 0.2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승 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투자자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지난 한 주 0.62% 하락하며 부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올 들어 무려 15.66% 하락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증시 변동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최근 들어서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관세로 인해 단기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실업률이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인플레이션 충격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고 연준의 선제적 금리 인하 기조가 예상보다 느리게 단행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30포인트를 재차 상회했다”며 “연준의 정책 기조 확인 및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 간 협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변동성 장세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분산투자’ TDF 인기…전략 따라 수익률 희비 엇갈려
투자자들은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실제 올해 주요국 증시는 미국 대비 견조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각각 2.06%와 4.95% 오르며 미국 증시 수익률을 한창 웃돌고 있습니다. 독일 닥스(DAX) 지수는 올 들어 6.51% 올랐습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도 중국 상해종합 지수는 지난 한 주간 1.76% 오르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 미국 예외주의가 무너지며 다른 주요국 증시가 호조를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산 배분에 유용한 타겟데이트펀드(TDF)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서 지난 18일까지 TDF의 설정액은 1조 2026억 원 증가했습니다.
TDF는 투자자 예상 은퇴 시점(빈티지)에 맞게 자동으로 주식·채권 등 투자자산 비중을 조절해 주는 펀드입니다. 투자 초기에는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높여 고수익을 추구하고 은퇴 시점에 가까울수록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을 높여 수익률 방어에 주력하는 게 특징입니다. 장기 투자 유도를 목적으로 하는 TDF는 통상 미국 외에도 선진국 등 다양한 국가 자산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원자재·부동산·통화 등 대체 자산도 고루 담으며 변동 위험을 최소화합니다.
운용사별 TDF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상품별 수익률 격차도 눈에 띕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2045 빈티지(은퇴 시점) TDF 중 최근 6개월 수익률이 ‘플러스’인 상품(운용 자산 10조 원 이상 운용사 대상)을 가진 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13%)과 하나자산운용(하나더넥스트TDF(2.53%) 두 개뿐이었습니다. 2030 이후 전 빈티지로 대상을 확대해도 운용 자산 10조 원 이상 운용사 중 두 운용사를 제외한 모든 운용사가 최근 6개월 새 손실을 면치 못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강달러(환율 상승) 현상 탓에 환 수익률 차이가 벌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각 사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는 환 노출 전략을, 하나더넥스트TDF는 환 헤지 비율을 최소 5%로 두며 타사 TDF의 최소 환 헤지 비율(20~70%) 대비 매우 낮게 책정했습니다.
‘방망이는 짧게’…초단기채 펀드에도 ‘뭉칫돈’
단기채 펀드에도 많은 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변동 장세에도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행렬로 올 들어 국내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2%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단기채 펀드가 연 환산 3~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단기채 중에서도 잔존만기 1~3개월의 초단기채로 구성돼 있는 초단기채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국내외 증시 변동 장세가 진정되기 전까지 유휴자산 단기 피난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단기채 펀드의 설정액은 7조 1919억 원 증가했습니다.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무려 45조 7387억 원 증가했습니다
한편 일정 수익을 추구하는 목표전환형 펀드에도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설정에 앞서 5~7%가량의 목표 수익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자동으로 단기채 등 현금성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투자를 멈추는 상품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목표전환형 펀드의 설정액은 올 들어 2500억 원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올 KCGI자산운용(KCGI코리아목표전환형채권혼합펀드), 삼성자산운용(삼성글로벌CoreAI목표전환형), KB자산운용(KB 기업가치상승 40 목표전환형 펀드) 등도 잇달아 목표전환형 펀드를 출시하며 인기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선순위 투자자의 손실을 후순위 투자자가 일정 한도까지 책임지며 부담을 덜어주는 손익차등형 펀드도 올해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손익차등형 공모펀드 ‘한국투자글로벌AI빅테크펀드’가 목표 수익률 15%를 달성하며 조기 상환됐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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