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초등학교 인근에서 유괴 미수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자 경찰은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갔다. 교육청도 관내 학교들이 가정통신문을 보내 납치 사건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도록 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16일 강남구 역삼동 A초등학교 인근에서 ‘괴한이 학생에게 음료수를 사주겠다고 접근해 어디론가 데려가려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맞은편 대형마트 인근을 지나가던 남성 2명이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에게 “음료수 사줄까”라고 물었으나 “괜찮다”는 답이 돌아오자 자리를 떴다. 이 남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차도 가까이에서 놀던 초등학생이 위험해 보이고 숨을 헐떡여 음료수를 사주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별한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관련 진술과 CCTV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강남구 다른 초등학교 인근에서도 최근 이와 유사한 소란이 일었다. 16일 개포동 B초등학교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던 학생이 위해를 당할 뻔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당일 낮 개포동 버스정류장에서 한 노인이 “내 것”이라며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의 가방끈을 잡아당겼으나 아이는 이를 뿌리치고 달아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3급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에 초등학교 인근 순찰 강화를 요청한 상태다. A학교 측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도 보호자 허락 없이 절대 따라가지 않도록 자녀에게 꼭 지도해달라”고 당부했다. B학교도 사건 이튿날 수서경찰서와 강남구청에 방범용 CCTV 설치 등을 요청했다. 학부모들에게는 “등하교 시 교통안전과 낯선 사람 응대에 유의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과 지도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서울 강남교육지원청은 관내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납치·유괴 예방에 관한 가정통신문을 일괄 발송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전국적으로 유괴 의심 사례가 잇따르는 추세다. 앞서 인천 연수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이달 8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한 외국인이 남녀 초등생 2명을 잇달아 차량으로 유인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약취·유인 혐의로 이 외국인을 긴급체포했다. 경남 칠곡에서도 최근 한 중년 여성이 등굣길에 학생을 유인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CCTV까지 조사했지만 오인 신고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사람들이 많은 하교 시간대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범인이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혼자 보내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원 셔틀버스를 혼자 타고 다니는 초등학교 3학년 자녀가 있어 걱정이 크다”며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아이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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