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이 나의 형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지난 삼 년 동안 서서히 감각해왔다. 이 작은 장소의 온화함이 침묵하며 나를 안아주는 동안. 매일, 매 순간, 매 계절 변화하는 빛의 리듬으로.” (‘북향 정원’ 일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신간을 내주 발표한다. 신작 ‘빛과 실’은 한강의 미발표 시와 산문 등이 포함된 산문집으로, 지난해 말 스웨덴 한림원에서 작가가 30여 분 발표한 노벨상 연설과 표제가 같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오는 24일 자사의 산문집 시리즈 ‘문지 에크리’ 아홉 번째 책으로 한강의 ‘빛과 실’을 펴낼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23일부터 주요 인터넷 서점을 통해 예약 판매될 예정이다.
이번 산문집에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강연과 더불어 그의 시와 산문 등 총 10여 편 안팎의 글이 실린다. 이 중 절반은 미발표작, 나머지는 그간 한강이 문예지 등에 공개한 작품이다. 앞서 인용한 ‘북향 정원’을 비롯해 수록되는 산문에는 작가가 정원을 가꾸고 시를 쓰면서 느낀 감각 등이 담긴다. 지난해 문학과지성사의 계간 문예지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공개된 시 ‘북향 방’과 ‘고통에 대한 명상’ 두 편도 실린다.
그간 한강은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열림원) 등 총 두 권의 산문집을 각각 2007년, 2009년에 출간했으나 국내판은 모두 절판된 상태다. 이에 따라 ‘빛과 실’이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한강의 유일한 산문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지난해 12월 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낭독한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을 통해 ‘빛과 실’의 본뜻을 전한 바 있다. 그는 연설 말미에 “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한다”며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라며 연설문의 표제가 내포한 은유를 전했다.
한편 한강의 소설 차기작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르면 연내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 두 단편소설과 연결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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