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개발 허가 과정에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들이 수혜주로 주목 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10일(현지시간) 항체 의약품을 시작으로 신약 허가 요건에 명시된 동물실험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약물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평가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동물실험을 다른 방식으로 대체함으로써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해 환자들의 약값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미국 정부와 유럽 집행위원회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동물실험 없이도 신약 허가 신청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FDA에 따르면 항체 의약품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6억 5000만~7억5000만 달러(9446억~1조900억 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신약 동물실험에 필요한 영장류는 총 144마리인데 한 마리당 최대 5만 달러(7265만 원)의 비용이 든다. 이번 결정에 대해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AI 기반 컴퓨터 모델링과 오가노이드(유사 장기) 기반 실험실 테스트는 실제 결과를 더욱 잘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며 "공중보건과 동물복지 측면에서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DA는 AI 기반 예측 모델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체의 유전자 서열·구조·알려진 임상 결과를 AI가 학습한 뒤 약물 후보물질의 서열을 분석해 면역 반응과 독성·부작용 등을 예측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신테카바이오(226330)는 11일 지난주 대비 16.31% 오른 7700원, 온코크로스(382150)는 18.46% 상승한 1만 1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기업은 FDA 발표 이후 약 20%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신테카바이오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로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유전체를 분석한다. 특히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 환자유래 오가노이드 바이오뱅킹 기업 그래디언트와 업무협력을 체결하는 등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시스템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FDA 발표에 대해 "기존 세포 실험-동물실험-임상시험 순서였던 신약개발 전통 구조가 AI 독성 예측-사람 세포 기반 시험-임상시험 순으로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전임상 단계에서 동물 실험 없이 높은 정확도로 독성과 약효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코크로스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랩터AI(RAPTOR AI)'를 보유했다. 질병 발생에 따른 유전자 발현 데이터 변화를 AI로 분석해 질환에 맞는 최적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약물에 대한 최적의 적응증을 찾아 약물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FDA는 내년부터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비동물 기반 시험 데이터를 허용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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