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율 산정의 근거로 제시한 논문의 저자가 언론 기고를 통해 자신의 연구 결과가 잘못 해석됐다고 반박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즈에는 브렌트 니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 교수의 ‘트럼프 백악관은 관세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 연구를 인용했으나 전부 틀렸다(The Trump White House Cited My Research to Justify Tariffs. It Got It All Wrong)’는 제목의 기고문이 게재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전세계 57개 국에 대한 상호관세율 계산의 근거로 니먼 교수 등의 논문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니먼 교수가 알베르토 카바요 하버드대 교수 등과 함께 작성한 해당 논문은 2021년 미국 경제 학술지 ‘미국 경제 연구’(American Economic Review)에 게재된 ‘국경과 매장을 지나는 관세 : 미국 무역 정책에서의 근거’(Tariff pass-through at the border and at the store: Evidence from us trade policy)다. 이 논문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인 2018~2019년 중국에 부과된 관세의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다.
니먼 교수는 이번 기고문에서 중국에 부과한 관세가 미국 수입업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인 수입 수요 가격탄력성이 0.95에 가깝다는 것이 논문의 연구 결과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수입품에) 20%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수입업체가 약 19%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USTR은 관세율을 책정하면서 관세에 대한 수입 수요 가격탄력성을 0.25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관세율을 올려도 무역 상대국의 부담이 늘고 미국 수입업자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많이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니먼 교수는 자신의 공동 연구의 수입 수요 가격탄력성 수치 0.95를 사용해 계산했다면 관세율이 최대 4분의 1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논문의 결론에는 “관세는 거의 전적으로 미국 수입 가격에 전가된다”며 “많은 미국 소매업자들이 (관세 부과의) 영향을 받은 상품의 판매 이익률을 줄였음을 시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니먼 교수 논문 내용을 근거로 각국에 대한 관세율을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호관세율(50%)을 적용한 남아프리카의 소국 레소토에 대한 관세율은 13.2%로 감소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관세율은 25%에서 10%로 줄어든다.
또한 니먼 교수는 관세로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에 대해서도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상호관세 정책은 성공할 수 없고,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리랑카는 미국에 의류를, 미국은 스리랑카에 의약품과 가스터빈을 수출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거래는 자원과 비교 우위, 개발 수준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일 뿐 이 거래에서 적자가 난다고 하더라도 불공정 경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난 이발사에게 만성적인 적자가 있다. 이발사는 나에게서 아무것도 사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 로버트 솔로 전 하버드대 교수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가 간 무역 불균형은 보호무역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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