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가능성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원화는 위안화 가치와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미중 관계가 격화될 경우 환율 민감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4원 오른 1473.2원에 오후 장을 마감했다. 이는 주간 거래 기준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31일 1472.9원을 기록한 이후 불과 6거래일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간밤 달러화 강세에 이날 환율은 3.20원 상승한 1471.00원에 개장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의 매파적인 발언에 미국 국채 금리가 한껏 치솟은 영향이다.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18%로 전일 대비 0.19%포인트나 올랐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지금 당장은 관세의 영향과 관련해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아시아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내렸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되레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위안화 가치 절하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가 달러화 흐름에 원·달러 환율이 동조되는 영향을 제한시켰다”면서 “다만 1470원대 수준에서 당국 개입 경계감이 높기 때문에 상단은 막혔던 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환율을 1달러당 7.2038위안으로 고시하며 전날(7.1980위안)에 비해 위안화 가치를 더 낮췄다. 중국 상무부는 같은날 대변인 명의 담화문을 통해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관련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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