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지난달 말 비상장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자사주 취득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그 배경으로 5000명에 달하는 소액주주가 지목된다. 컬리는 누적 9000억 원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에게로 지분이 나뉘었는데 FI 일부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분을 개인에게 팔아 주주 수가 급격히 늘었다. 비상장기업임에도 수천 명의 주주가 장외에서 소액 거래에 나서며 실시간으로 기업가치가 매겨지자 이에 따른 부담감으로 자사주 매입이라는 강수를 두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말 기준 5446명인 소액주주의 지분을 매입할 목적으로 150억 원 규모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공시에 따르면 컬리가 이달 11일부터 5월 9일까지 진행되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취득하려는 주식 수는 100만 주다. 소액주주는 컬리 전체 지분의 14.1%를 들고 있는데 이번 자사주 취득은 2.3% 규모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외에도 비상장기업 거래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주식을 줄이는 데 이번 자사주 매입의 주목적이 있다”며 “매일 비상장 거래로 매겨지는 기업가치에 컬리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주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컬리 주식은 매일 거래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을 때는 하루 거래량이 10주 수준에 그친다. 이달 4일 이 플랫폼에서 거래된 컬리 주식은 16주로 전체 유통 주식 4223만 5144주의 극소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매번 주식 가격이 매겨지고 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추산되다 보니 컬리 측에서 느끼는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거래 가격 기준 컬리의 기업가치는 수천억 원 수준으로 2023년 5월 마지막 투자 유치 때 산정된 가치 2조 9000억 원을 크게 밑돈다.
컬리는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137억 원 흑자를 내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풀필먼트 물류로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사업구조상 회계적으로 감가상각비가 크게 계산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제외하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쓴 돈보다 많은 것이다. 감가상각비 등을 포함한 영업손익은 2023년 -1436억 원에서 -183억 원으로 적자 폭이 줄어들었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 증가 폭은 2조 774억 원에서 2조 1956억 원으로 더뎌 ‘레드오션’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내 e커머스 업계에서 외형을 더 키워야 하는 난제가 남아 있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컬리는 증권플러스 비상장 거래 가격이 기업가치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어 소액주주 지분 매입을 통해 ‘노이즈’를 감소시키려 했을 것”이라며 “추후 사업 관건은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외형 확장을 이뤄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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