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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韓, 부동산 자금세탁 방지 ‘꼴찌’…中·印에도 밀렸다

■TI, 24개국 투명성 지수 조사

변호사 등 비금융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여 안해

濠와 함께 최하위 2.0점 받아

종합점수에서도 '뒤에서 2등'

美日처럼 규제대상 확대 필요





주요 20개국(G20)과 싱가포르·홍콩 등 글로벌 24개국 중 한국의 부동산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을 통한 돈세탁을 걸러내는 감시망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보다도 점수가 낮아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전 세계 2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 부동산 투명성(Opacity in Real Estate Ownership·OREO)’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부동산 자금세탁방지(AML) 부문에서 호주와 함께 최하위 점수인 2.0점을 기록했다.

40점 만점인 이 평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38점)과 독일(34.94점), 인도네시아(34.5점) 등이 1~3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34.0점)와 스페인(31.75점), 이탈리아(28.75점), 영국(19.13점) 등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인도(18.63점)와 중국(16.63점), 러시아(15점) 등도 한국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7.25점으로 최하위권인 22위였다. 국제투명성기구는 한국과 호주, 미국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를 위한 자금세탁방지 규정이 전혀 없거나 위험할 정도로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부동산 자금세탁방지와 소유권 데이터의 범위와 접근성 항목을 더한 종합 점수에서도 23위로 낙제권이었다. 한국은 10점 만점에 3.72점을 받으면서 호주(2.84점)에 이어 두 번째로 점수가 낮았다. 총점 부문에서도 중국(4.89점)과 러시아(4.84점), 인도(4.58점)에 뒤진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국가별 부패지수를 발표하는 공신력 있는 비정부기구(NGO)로 올해 최초로 이 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의 부동산 자금세탁방지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국내 AML 체계가 금융사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을 뺀 비금융 부문에서 감시와 감독의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3000억 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경남은행 직원은 오피스텔에 골드바를 포함해 57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은닉했는데 오피스텔 보증금의 출처가 불분명했음에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 부동산 거래에서 거액의 현금이 오가더라도 부동산 중개업자에게는 이를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자금세탁 감시망은 국제기준으로 봐도 약하다. 범국가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에 공동 대응 단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회원국에 카지노와 부동산중개업자, 귀금속상과 변호사, 공증인, 회계사 및 신탁업자 등 비금융 사업자 및 전문직에 대해서도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2009년 FATF 정회원국에 가입했지만 17년간 국제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있다. FATF는 지난해 10월 “(한국은) 카지노 이외의 비금융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CFT) 금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금세탁방지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예방적 규제 대상을 △금융 관련 사업자 △비금융 사업자 △기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비금융 사업자 항목에는 부동산 중개업자를 포함해 귀금속상과 전당포 업자, 여행 업자, 통신회사 등이 포함된다. 변호사나 회계사 등은 직접적인 자금세탁방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현금 1만 달러 이상 거래는 국세청에 보고하도록 해 사실상 규제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은 범죄수익이전방지법을 통해 규제 대상을 금융기관과 비금융 사업자, 전문직으로 정하고 부동산특정공동사업자·택지건물거래업자뿐 아니라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 등에게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과 함께 최하위권인 호주도 지난해 말 대대적인 자금세탁방지 관련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전문가와 변호사, 회계사, 신탁 및 회사 서비스 제공 업체, 보석 및 금속 딜러 등 비금융 사업자를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대통령비서실 반부패비서관을 지낸 이명신 변호사는 2023년 논문 ‘자금세탁방지의 법적 구조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은 예방적 규제 대상에 일정 범위의 금융사와 카지노 및 가상자산사업자가 포함되나 그 외의 비금융 사업자와 전문직은 제외돼 범위가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금세탁방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조만간 변호사·귀금속상 등 예방적 규제 필요성이 높은 비금융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 의심거래 보고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 (비금융 사업자의 보고 의무화) 입법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며 “현재 각 분야의 위험도를 살펴보는 중이고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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