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전시장인 킨텍스가 이동환 고양시장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진 고양시의원의 동생을 킨텍스 감사에 선임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킨텍스는 외견상 공모 절차를 거쳤다지만 세부자격 요건을 두지 않아 출자 기관들이 대표와 부사장, 감사 자리를 나눠 차지하는 게 관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임원급 인사를 채용할 때는 근무 경력이나 직책 경험 등 구체적인 자격 요건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킨텍스는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 엄모(임원급) 씨를 감사로 최종 선정했다. 임원급인 감사 자리는 1억 3000만 원의 연봉에 별도의 업무추진비까지 받고, 성과 평가에 따라 성과급도 주어진다.
엄 씨는 엄성은 고양시의원의 친동생이면서 지난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이동환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회계 담당을 지내기도 했다. 엄 의원은 지난 2018년 당시 자유한국당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을 역임한 이 시장이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하면서 시의회에 첫 발을 내딛어 재선까지 성공했다. 또 이 시장이 설립한 사단법인 사람과도시 연구소 2대 대표를 엄 의원이 이어 받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전면에서 선거 운동을 돕는 등 이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
특히 전시·컨벤션 업무 경험이 전문한 데다 음악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진 엄 씨가 임추위를 거쳐 최종 선정된 데는 모호한 자격 요건도 한 몫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킨텍스 공모를 보면 ‘조직화합과 경영성과’, ‘솔선수범’과 같은 포괄적 자격 요건만 명시했을뿐 세부적인 내용은 적시하지 않았다.
킨텍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33.3%씩 지분을 나눠가진 경기도, 고양시, 코트라 등 각 출자기관 별로 측근들에게 자리를 나눠주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자격 요건이 맞지 않더라도 나중에 본인들도 자리를 챙기려면 거수기 역할 밖에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정치권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권용재 고양시의원은 “이 시장은 엄 의원과 함께 사단법인 후원금 관련 수사 대상에도 오른 만큼 자격 요건을 갖췄다 하더라도 회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란 듯이 임명을 했다”며 “형식적이지만 공모 절차는 거쳐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 비난을 받아 마땅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시의원은 “지역 사회에서 소문으로는 나돌았지만 논란이 될 게 불보듯 뻔한 낙하산 인사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있을 지 너무나 안타깝다”며 “대다수 의원들도 납득이 안간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탄했다.
고양시 내부에서도 재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시장이 강행 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킨텍스 관계자는 “공모 절차에 따라 선임이 된 만큼 직무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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