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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25] AI 인프라 격전지로 부상…韓 우군 확보 ‘사활’

개막 앞둔 세계 최대 모바일쇼

美·EU 등 수백조 군비 경쟁 속

업계 AIDC 등 선점 기회 모색

이통3사, 신기술로 협력 확대

中, 알리바바 참전해 공세 키워

유럽도 고강도 규제 벗고 반격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 입구. 김윤수 기자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과 스마트폰·반도체 등 관련 기업들이 모여 기술력을 뽐내고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가 3일(현지시간) 개막한다. 올해는 특히 강대국들이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열리는 첫 글로벌 AI 행사인 만큼 관련 기업들이 기술 주도권과 동맹 선점을 위한 격전을 펼칠 전망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포함한 기업들도 수장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신기술과 사업비전을 공개한다.

MWC 개막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은 행사 준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삼성전자(005930)와 화웨이 등 주요 기업들의 광고와 깃발이 전시장 주변을 장식했고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사람 키만한 키오스크 디스플레이 같은 전시 소품들을 들고 입구를 드나드느라 분주했다. 참가 업체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태블릿 등으로 자사 부스 배치도나 전시 아이템을 놓고 대화를 주고받는 데 여념이 없었다.

올해 MWC는 지난해보다 많은 200여개국, 2780여개사, 11만 명이 참가해 ‘AI 플러스’ 등 6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주제로 기술 동향과 협력방안을 공유할 전망이다. 지난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올해는 아서 멘슈 미스트랄AI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 등 AI 신흥강자들이 기조연설을 장식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올해 주요 참가사들이 주목하는 화두는 AI 인프라다. 올해 들어 미국 730조 원, 유럽연합(EU) 300조 원, 프랑스 170조 원, 영국 26조 원 등 주요국 정부가 잇달아 최대 수백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다. 한국 정부 역시 민관 합작 국가 AI 인프라인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에만 2조 5000억 원 투자를 추진 중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AIDC)나 전력·발열 관리 솔루션 같은 관련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이다. 특히 이통사들은 빅테크 대비 AI 열세를 만회하고자 그동안 데이터센터, 통신기지국 등 대규모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AI 인프라 기술 확보에 집중, 이번 MWC에서도 저마다 성과를 공개한다.

SK텔레콤(017670)은 AIDC 전력 제어, 액체 냉각, GPU 자원 관리 등 에너지·운영·AI 메모리·보안을 총망라한 기술을 전시할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 가산 AIDC를 개소하고 이를 기반으로 GPU를 고객사에 빌려주는 GPU 클라우드 서비스(GPUaaS)를 출시했다. 이번 MWC에서는 전력과 발열을 줄이기 위한 운영 신기술은 물론 제로트러스트 방식을 도입해 AIDC부터 스마트폰 같은 말단 기기까지 원격 해킹을 차단하는 ‘AIDC 시큐어에지’도 선보인다.

또다른 AI 인프라로 AI 기지국(AI랜)이 있다. 기존 통신기지국에 GPU를 탑재해 통신과 AI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다. 통신기지국은 트래픽이 몰리는 경우를 고려해 평소 대비 여유있게 연산 자원을 가지는 게 일반적이다. AI 기지국은 이런 여유 자원을 활용해 기업들의 AI 서비스에 필요한 추론 등 AI 연산을 지원한다. SK텔레콤은 이번 MWC에서 AI 기지국 기술을 시연하고 상용화를 서두름으로써 전국에 깔린 다수의 통신기지국을 AI 사업 강화에 활용할 방침이다.

MWC 2025 SK텔레콤 부스. 사진 제공=SK텔레콤


SK텔레콤은 AI 기지국 기술의 일환으로 AI로 통신망 정보를 수집·분석해 통신 품질을 높이는 ‘AI 기반 망 분석 기능(NWDAF)’, 기기 스스로 간단한 AI 작업을 처리해 서버 부하를 줄이는 ‘AI 라우팅’ 등을 선보인다. 지난해 람다 등에 이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AIDC 관련 협력도 기대된다.

KT(030200) 역시 지난해 백석 AIDC를 구축한 데 이어 관련 서비스 출시에 집중한다. 이번 MWC에서는 AI 서비스 개발사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비서) ‘GPU 할당 에이전트’가 공개된다. 이 에이전트는 기업이 가진 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시간 GPU 자원 현황과 사용자 수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자원을 할당하고 우선순위를 매긴다. 기존 관리자가 직접 GPU 자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효율을 20%가량 높일 수 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에이전트는 프로젝트에 GPU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개발자의 요청을 받으면 관련 작업을 시작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한다. 유휴 자원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에이전트가 프로젝트 정보를 바탕으로 GPU 사용을 선제적으로 제안해주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KT는 지난달 27일 AI 스타트업 래블업과 함께 GPU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처럼 개발사에게 GPU를 빌려주는 구독 사업이다. 래블업은 GPU 자원을 가상화하고 필요한 곳에 유연하게 할당 및 관리해 고객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 AI 인프라 운영 관리 플랫폼을 개발했다. KT는 “최근 전 세계적인 AX(AI 전환) 수요 증가로 GPU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MWC 2025 KT 부스. 사진 제공=KT


파주 AIDC 구축을 추진 중인 LG유플러스(032640)는 처음으로 MWC 단독 부스를 꾸리고 차세대 냉각 솔루션과 AIDC 운영 관리 플랫폼 ‘AI DCIM’을 전시한다. 서버를 절연유에 완전히 담가 발열을 제거하는 액체냉각 솔루션을 가진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 등과 협업했다. LG유플러스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순환되는 물로 냉각시키는 CDU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엔씨소프트의 AI 전담법인 엔씨AI와의 협력 사례도 소개하고 양사 간 협력 강화를 추진한다. LG유플러스가 AIDC를 제공하고 엔씨AI는 이를 활용해 AI 기반 차세대 게임 개발을 고도화하는 식이다. LG유플러스는 NC AI가 오디오·그래픽·챗봇·기계번역 등 분야에서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에 대한 니즈가 있는 만큼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과 AIDC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MWC 2025 LG유플러스 부스. 사진 제공=LG유플러스


해외 통신사 중에서는 소프트뱅크가 SK텔레콤처럼 통신기지국을 AI 연산에 활용하는 AI랜 솔루션 ‘AI트라스(AITRAS)’를 최근 공개한 데 이어 MWC에서도 관련 기술들을 선보일 전망이다. 최진성 소프트뱅크 첨단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 겸 AI랜 얼라이언스 의장이 AI랜을 주제로 세션 연사로 나선다. 소프트뱅크는 또 계열사를 통해 데이터센터·클라우드용 네트워크를 고도화하는 OCX 솔루션도 선보인다. 회사는 미국 스타게이트 참여, 오픈AI와의 합작법인 설립 등을 추진하며 AI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티모바일은 최근 엔비디아·에릭슨·노키아와 함께 AI랜 혁신센터를 출범했고 버라이즌도 AI 연산 관리를 돕는 솔루션 ‘버라이즌 AI 커넥트’, GPU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파트너십 등을 선보인 만큼 MWC에서 새로운 사업계획과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차이나텔레콤도 자국 AI 인프라 구축에 적극 참여하는 자회사 티아니클라우드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프라뿐 아니라 AI에이전트 등 AI 전반에 대한 경쟁도 한층 격화했다.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이앤 등 5개 통신사 AI 협력체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총회를 갖고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공동으로 기술 전시도 한다. 그밖에 SK텔레콤은 전시장 3홀에 992㎡의 부스를 꾸리고 통신 특화 대형언어모델(LLM) 모델을 결합해 요금제 안내와 변경 등 다양한 고객 요청에 정확히 대응하는 ‘텔코 AI 에이전트’, 전파로 사물 탐지도 가능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통신·센싱 통합(ISAC)’, 건설로봇용 자율주행 기술 ‘VLAM’, 드라마·예능 등 영상 콘텐츠의 해외 현지화를 돕는 ‘AI 미디어 스튜디오’ 등을 전시한다.

KT는 4관 내 GSMA 테마관인 ‘커넥티드 인더스트리’에 지난해보다 1.7배 확장된 383㎡ 규모 부스를 꾸린다. ‘K오피스’, ‘K스트리트’ 등 한국을 모티브로 한 공간에서 KT DS가 개발한 AI 실시간 번역 기술이 적용된 경기 아나운서, 하이오더와 BC카드 결제 등을 통합해 연관 상품을 추천하는 AI, 지니TV가 조명, 커튼, 공기청정기를 조절하고 소음을 감지하는 스마트홈 AI, 지니뮤직의 K팝 음원을 배경으로 AI가 생성한 댄서 등 시연과 체험이 가능한 AI 기술 위주로 선보인다. 5G 정밀 측위 기술 ‘엘사’,, 6G 네트워크 기술, AI 네트워크 기술, 재해 복구 기술, 양자통신, 기밀컴퓨팅 등 통신과 보안 신기술도 전시된다.

LG유플러스는 첫 단독 부스를 꾸리고 양자암호 등 다양한 암호 신기술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안심지능’ 기술을 선보인다. AI를 활용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스미싱 등 피해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에이전트 ‘익시오’에 양자내성암호(PQC)를 탑재하는 등 AI와의 대화 내용이 유출되더라도 제3자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암호화하는 ‘양자암호 기반 개인정보보안’이 대표적이다. AI로 무장한 미래 주거공간 ‘익시퓨처빌리지’ 등 다양한 AI 기술을 전시하고 디지털 휴먼 ‘나이비스’와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를 부스 입구에 배치해 주목도를 높일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스마트폰용 AI ‘어썸 인텔리전스’를 공개하고 ‘갤럭시S25 엣지’와 확장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 시제품도 전시한다. 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해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 등 B2B 고객을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는 AI에 최적화된 가상화 네트워크와 차세대 AI 기반 솔루션들을 소개하며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AI 도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해외 기업들의 AI 경쟁도 거세다. 특히 중국은 최근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딥시크 쇼크에 이어 MWC에서도 기술 우위를 내세우며 공세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올해도 전시장 1관을 통째로 빌려 최대 규모인 1200m² 부스를 꾸린다. 최근 화웨이가 미국 제재에도 첨단 AI 반도체 수율을 40%로 2배 높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MWC에서도 기술을 과시할 전망이다.

중국 3대 통신사 차이나유니콤과 클라우드 기업 알리바바 클라우드, 텐센트 클라우드 등 AI 관련 주요 기업들도 처음으로 MWC에 참가해 공세에 힘을 보탠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시장동향 2025’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AI 핵심 산업 규모는 4000억 위안(80조 원), 이를 포함한 관련 산업 규모는 5조 위안(10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AI 연산 능력’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82.5% 성장해 664억 위안(13조 원)에 달할 것으로 NIPA는 내다봤다.

유럽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에서 EU가 그동안의 고강도 AI 규제 기조를 버리고 규제 완화와 300조 원의 AI 투자 유치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개최국 프랑스도 170조 원 규모의 별도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MWC는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 직후에 열리는 만큼 유럽과 미국 등의 AI 주도권 경쟁 2라운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이치텔레콤은 구글 클라우드와 AI 에이전트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MWC에서 통신망을 관리하는 ‘랜 가이던스 에이전트’ 등을 선보인다. 영국 보다폰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와 15억 달러(2조 원) 규모의 10개년 AI 협력을 추진 중이며 프랑스 오랑주는 자국 기업 미스트랄AI와 손잡고 AI 개인화 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한다. 스페인 텔레포니카는 지난달 맞춤형 AI 에이전트 생성 플랫폼 ‘텔레포니카 테크 생성형AI 플랫폼’을 출시했다.

MWC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행사로 자리매김하면서 각국의 AI 외교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3년 만에 주무부처 장관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현장을 찾는다. 미국과 EU도 지난해보다 격을 높여 브렌든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과 테레사 리베라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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