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미국이 중동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 8월을 넘어 9월 유엔 총회, 나아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산적한 과제가 많아 9월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트럼프 1기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낸 랜들 슈라이버 싱크탱크 '프로젝트2049' 소장은 25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와 화상인터뷰에서 "한미 사이에 관세, 주한미군 감축 문제, 미국의 중국 및 대만 문제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 등 복잡한 문제가 많아 소통이 중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슈라이버 소장은 "9월 뉴욕 유엔 총회, 10월 이후 APEC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만날 수 있겠지만 다자회의에서는 약식회담 밖에 할 수 없고 (한미 사이 과제를 생각하면)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세 협의 진행 방식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한국이 조선업 협력 등과 같은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경제 및 무역 관계에 있어 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설에 대해 슈라이버 소장은 "중국이 미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구성, 전략적 유연성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며 "이는 동맹을 현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도 이런 논의에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도 일방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을 현대화하는 데 있어 상호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북한에 시사하는 바를 묻는 질문에 슈라이버 소장은 "이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봐야한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미국을 위협하는 불량국가가 핵 능력을 획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란보다 더 발달된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핵 프로그램이 완성되기 전에 타격을 한 이란과는 다르다"면서도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가진 국가들과의 대응에 얼마나 진지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짚었다.
슈라이버 소장은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어 언젠가는 대화 재개를 원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전략 무기를 고도화했고 러시아로부터 매우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어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국에 대한 핵 공격 위협만 제거하고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는 '스몰딜' 가능성에 대해 슈라이버 소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유엔 결의안 등 법적 의미를 고려할 때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미 국방부는 한국 등 아시아 동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약속한 것과 같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 여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이는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슈라이버 소장은 "GDP의 일정 비율을 지출한다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논의를 확대하는 식으로 미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행정부에 선박 건조,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등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제시하고 미국이 중국 견제가 지상과제이므로 한국이 그런 측면에서 어떤 식의 국방 부문 투자를 하고 있는지 등 ‘숫자’보다는 질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라이버 소장은 "한국은 GDP대비 국방비 지출이 미국의 동맹국 중 항상 상위권을 유지해왔다는 것을 언급하고 미국의 군사 활동과 관련해 항상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과 관련해 슈라이버 소장은 "비록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가 목표가 아니라고 했지만 야아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주요 군사·보안 자문관 등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제거됐다"며 "따라서 정권이 생존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봤다. 이란 내부 문제로 정권이 붕괴하는 일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슈라이버 소장은 "하지만 정권이 존속한다면 이란은 핵능력을 재건하고 보복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올해가 아니라 5년 후일 수도 있지만 이란은 대리전이나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보복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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