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다음 달 31일 예정된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최고 수장이 공매도 재개 범위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법적 거래 우려로 1년이 넘도록 공매도 제도를 정비했는데 전체 종목에 대해 시스템을 갖춘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일부만 재개하고 일부를 하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매도 재개는) 대외 신인도 측면도 봐야 한다”며 “그동안 해온 노력 자체가 전면 재개시에도 불공정 거래를 적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 동안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사실상 봉쇄돼왔던 만큼 이번 기회에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 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시장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공매도가 재개될 때 시장에 영향이 어떨 것이냐는 부분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영향을 미치더라도 과거 사례를 보면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형주에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라면 (지정 요건에) 적용이 안 됐을 종목들도 일정 기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더 면밀히 시뮬레이션을 해서 3월 중에 구체적인 (지정)기준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될 시 해당 종목은 다음 날 거래가 정지된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비중 30% 이상 종목의 주가가 3% 이상 하락할 경우 등을 과열 종목 지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급락에 대처하고자 6개월 동안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이후 두 차례 더 연장됐고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에 편입된 350개 종목만 공매도가 허용됐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2023년 11월 다시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됐다.
한편 김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개정안의 부작용에 대해 재계나 기업 측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한번 같이 놓고 어떤 것이 일반 주주를 보호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작년 말 은행권과 함께 발표한 '연체 전(前)·폐업 자영업자 채무조정 지원 방안'은 오는 27일부터 신청·상담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차주는 다음 달부터 금리감면 등 최장 10년까지 천천히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소상공인 맞춤형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폐업자에겐 저금리·장기분할 상환 대환대출을 지원한다.
발표 당시보다 지원 대상과 내용도 확대된다. 발표 시에는 폐업 예정자만 지원 대상에 포함됐으나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까지 지원하며, 선별적으로 거치 기간을 부여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2년간 거치 기간을 부여한다. 김 위원장은 “은행 전산 시스템이 갖춰지는대로 조치들을 시행하겠다”며 “4월부터는 실제로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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