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령부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6월 19일 국방부 업무보고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방첩사는 특수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국군정보사령부 등과 함께 지난해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부대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겨냥한 체포조를 운영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위해 병력을 투입하는 등 내란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서 탄핵 소추 인용과 파면을 결정하면서 방첩사 역할을 포함한 계엄 전반에 위헌·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방첩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비상계엄에 관여한 부대들의 임무와 역할을 재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국정기획위원회는 국방 개혁과 관련해 방첩 및 보안뿐만 아니라 신원조사와 정보수집 등의 임무와 수사권을 갖고 막강한 힘을 행사한 방첩사를 핵심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방첩 기능만 방첩사에 남기고 수사는 국방부 조사본부에, 정보는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에 넘겨 방첩사의 힘을 분산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수장으로 민간인을 임명해 문민 통제를 받는 방안도 얘기되고 있다.
방첩사 개혁은 당연한 수순으로 시대적 긴급 과제임에 틀림없다. 내란 특검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된 모든 사람을 밝혀내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다만 내란 사건에 동조한 방첩사 일부 지휘부 혐의를 근거로 해체 수준의 방첩사 개편에 나서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 이는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나라의 기밀이나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 적국의 간첩·파괴 행위로부터 나라를 보호하는 방첩(防諜)은 고도로 전문적인 영역이다. 수사관 개인은 물론 조직 전체의 역량이 축적돼야 제대로 작동한다. 군의 방첩 활동을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2000년 이후 발생한 군 관련 방첩 사건의 90%를 방첩사가 해결했다. 따라서 군 정보기관(방첩사) 개혁 차원에서 보안·정보·수사 등 3대 기능을 배제하려는 것이 적절한지 정교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보안·정보·수사를 분리하며 방첩 활동의 역량 약화로 군 안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기무사령부 계엄 문건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방첩사를 해제하는 방안이 잠시 검토됐지만 방첩사를 통해 군 내부 감시와 군 안보 역량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명칭을 안보지원사로 바꾸고 인원을 줄이는 선에서 일단락된 바 있다.
방첩사는 물론 어떤 정부 기관도 끊임없이 개혁해야 한다. 그 방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제도 자체의 장단점만 따져 무조건 바꾸는 게 좋다는 식의 ‘개혁 만능주의’는 따져봐야 한다. 국가 안보기관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