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7거래일 연속 거침없이 오르던 코스피 지수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장주인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에도 훈풍이 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고립주의 정책을 강하게 표명하면서 방산·조선 등 업종이 부침을 겪었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발표 등 대내외 이슈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17~21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2.45% 오른 2654.58에 마감했다. 바로 전주 2.74% 상승한 데 이어 지난 주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2700을 목전에 두게 됐다. 특히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투자가들의 매수세가 상승을 이끌었다. 기관은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 약 1조 1949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중 연기금이 4266억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조 1471억 원, 외국인은 3136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특히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훈풍이 불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 발표와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오른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29억 원, 3588억 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1위 종목에 다시 이름을 올린 덕분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5만 8000원대를 회복했다.
다만 지난 2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발(發) 관세 우려가 고개를 들고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품목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연방정부 예산의 축소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 영향으로 트럼프 행정부 수혜 업종으로 꼽히던 방산, 조선 업종이 큰 조정을 받았다.
오는 26일(현지시간)에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다. 이 결과에 따라 인공지능(AI) 관련주와 반도체 종목의 주가의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과 향후 가이던스(전망치)가 기대치를 충족하는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의 매출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대표주자인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관련주의 모멘텀(상승 여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딥시크가 촉발한) AI의 보편화와 비용 효율화가 반도체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는 시나리오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은 금통위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 금통위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두 차례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낮춘 뒤 지난달에는 3.00%로 동결한 가운데 이달에는 2.75%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어 28일에는 미국의 1월 PCE 결과도 발표된다. 앞서 나온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 대비 0.5%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치(0.3%)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PCE는 세부 항목 하락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전망치는 전달 대비 0.3% 상승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에는 중국의 한한령 해제 소식으로 미디어, 엔터, 화장품 등 종목들도 급등했다”며 “호재성 뉴스로 주가가 상승한 이후에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에는 엔터, 반도체, 조선, 제약·바이오, 증권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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