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달궜던 행동주의 펀드가 올해 정기 주총을 앞두고는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삼성물산·KT&G·금호석유화학 등은 현재까지 별다른 주주 제안을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배경으로는 최근 ‘밸류업’ 흐름에 따라 높아진 주주 환원율과 주주 제안의 낮은 주총 통과율이 지목된다. 다만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주총 시즌이 끝나면 경영 개선 요구를 재개할 계획이어서 다시 갈등이 불붙을 여지는 남아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G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쳐온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는 주주 제안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해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의 행동주의 펀드 연합으로부터 주주 환원 확대 요구를 받은 삼성물산과 차파트너스로부터 주주 제안을 받은 금호석유화학도 이날까지 별다른 주주 제안이 없었다. 이 외에도 국내 주요 행동주의 펀드로 꼽히는 A사는 올해 상당수 지분을 가진 국내 제조 대기업에 주주 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밸류업 흐름에 따라 재계 전반에 걸쳐 높아진 주주 환원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밸류업 공시를 한 상장사 100곳 중 51곳이 총주주환원율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총주주환원율을 구성하는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은 모두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이 된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요구를 주총에서 부결시켰지만 올 1월 9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4255억 원 규모의 현금 배당에 나서는 등 주주 환원을 확대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제안을 했을 때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점도 현재의 소강상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주주 제안이 주총을 통과하는 비율은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가 견인책으로 꼽히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취득을 요구해도 너무 과한 수준을 주장하다 보니 주총에서 이에 반대하는 소액주주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번 주총 때 재차 주주 제안에 나설 동력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A펀드 대표는 “2023년부터 활발히 주주 제안을 했지만 주총 통과율이 낮고 온갖 비난도 받게 돼 올해는 주요 기업을 상대로 주주 제안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정기 주총과 별개로 연중으로 활동을 재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FCP는 올해 KT&G 주총 때 주주 제안은 하지 않되 연중 ‘대표이사(CEO) 성적표’를 발표할 계획이다. 올 1월 KT&G 전직 사외이사에게 제기한 1조 원대 주주대표소송도 이어간다. 이상현 FCP 대표는 “기업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올해 주주 제안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제는 1년 내내 수시로 회계 투명성 개선, 자산운용업 중단, 주가 연동 성과 보상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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