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를 위한 시험대에 오른 코오롱(002020)그룹 오너 4세 이규호 부회장이 수익 개선을 위한 사업 구조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오른 후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업황 부진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하는 등 어려운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지주사로 옮겨 전략부문 대표를 맡은 후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전까지 등재이사는 코오롱모빌리티 1곳만 맡았던 이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직을 맡는 동시에 지주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코오롱글로벌(003070), 코오롱모빌리티 등 사실상 중간지주 역할을 하는 계열사 3곳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 부회장은 가장 먼저 적자 사업부 정리와 신사업 조직 개편에 나섰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적자폭이 700~800억 원 규모로 늘어난 필름 사업을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떼어냈다. PET필름사업부를 분할한 후엔 SK마이크로웍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지분 18%를 확보했다. 그룹 내 흩어져있던 신사업 일원화에도 속도를 냈다. 항공·방산 계열사 코오롱데크컴퍼지트와 코오롱글로텍의 경량화 부품·방탄 소재·수소탱크 사업, 코오롱ENP의 차량용 배터리 경량화 소재 등 복합소재 사업을 모아 지난해 7월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승진 첫 해 손에 든 성적표는 부진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모두 악화되면서 지주사 코오롱의 연결 실적 역시 역성장했다. 코오롱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9% 감소했다. 매출액은 5조 7693억 원으로 같은 기간 2.1%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업황 부진과 생산시설 정기보수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6% 줄어든 1645억 원을 기록했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건설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지난해 455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코오롱모빌리티의 경우 고금리와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줄어든 197억 원을 기록했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그룹의 총수인 이웅열 명예회자의 아들로 현재 유일한 차기 후계자로 꼽힌다. 다만 이 부회장은 지주사 코오롱의 지분을 단 1주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 명예회장이 지주사 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이 명예회장은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식이라도)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며 승계를 위해서는 경영 성과를 입증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