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70%는 물로 덮여 있다. 하지만 이 많은 물 중 우리가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은 아주 적다. 바닷물은 지나치게 짜서 그냥 마실 수 없고, 지하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이 잦아졌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깨끗한 물을 얻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담수란 소금이 거의 없는 물, 우리가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로 강물, 호수, 지하수 등을 말한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꿀 수 있을까.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팀은 햇빛과 바람만을 이용해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의 새로운 기술을 발표했다.
‘블랙 코팅’ 입힌 해수담수화 장치 이용해 바닷물을 식수로
해수담수화를 위한 가장 흔한 방법 중 하나는 ‘역삼투압’이라는 기술이다. 이 방법은 바닷물을 아주 작은 구멍이 있는 필터에 강한 압력으로 밀어넣어 염분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바닷물은 그냥 두면 자연스럽게 삼투압 현상에 의해 소금이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 역삼투압은 반대로 바닷물에서 깨끗한 물이 필터를 통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한 압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압 펌프 등 장비가 필요하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열을 이용해 해수담수화 기술을 연구하기도 한다. 태양열을 이용하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기존의 태양열 담수화 장치는 물이 증발할 때 수증기가 기기 표면에 맺혀 태양빛 흡수를 방해하는 문제가 있었다.
전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와 최지훈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회전형 3D 태양열 증발기(rotating 3D Solar Steam Generator, rSSG)’라는 새로운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플라스틱처럼 가볍지만 전기가 통하는 물질인 ‘폴리피롤(Polypyrrole)’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져있다. 폴리피롤은 검은색이기 때문에 열을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물을 빠르게 증발시키는 일종의 ‘블랙 코팅’의 기능을 한다. 덕분에 바닷물을 빠르게 증발 시키고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멜라민 폼’이라는 가변운 스펀지 같은 재료에 폴리피롤을 묻혀 증발기를 만들었다. 증발기는 회전하면서 바람을 이용해 표면에 맺힌 수증기를 날려버려 태양빛 흡수를 방해하지 않게 한다.
적은 에너지로 최대 효율…기존 장치보다 담수 생산량 76% 증가
실험결과 연구팀이 만든 증발기는 기존의 고정형 3D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증발 속도가 17%나 더 빨랐다. 담수 생산량은 76%나 증가했다. 같은 시간동안 훨씬 더 많은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이 장치를 회전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전체 시스템이 생산하는 담수 증가량을 고려했을 때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적은 에너지로도 훨씬 더 많은 물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전상민 포스텍 교수는 “‘회전형 3D 태양열 증발기’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바닷물을 담수로 전환함으로써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라며,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을 충족하는 식수를 생산할 뿐 아니라 해수담수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축수 제거와 바닷물 속 유용한 미네랄 회수에도 응용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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