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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공개한 ‘미끼 전투기?’ 공중전 게임체인저…“숨기기 어렵다면 속이자”[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적 깊이 침투·전파 교란 ‘스탠드-인’ 방식

가성비·인명손실·훈련비 등 훨씬 효과적

대당 제작 가격은 1억원이 채 되지 않아

英 공군, 향후 수백대 ‘유령 제트기’ 도입

영국 왕립 공군이 공개한 ‘스톰슈라우드’ 드론은 F-35B ‘라이트닝’을 지원하기 위해 적 레이더를 속이기 위한 미끼 비행기다. 사진 제공=영국 왕립 공군




공중 전에서 전투기가 적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은 ‘몸을 숨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텔스(항공기·유도탄 제작될 때 적 레이다 전파를 흡수) 능력을 전투기에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천조국인 미국처럼 국방비가 많지 않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영국은 ‘적을 속이는’ 방안을 채택했다.

적진 깊숙이 침투해 전파를 교란하는 ‘스탠드-인’(stand-in) 방식의 드론재머(드론의 전파 송수신을 방해해 비행을 무력화하는 장비), 일명 ‘미끼 전투기’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드론에 재머를 장착한 덕분에 위험 지역인 적 방공망 근처까지 미끼 전투기를 침투시켜 근접 거리에서 전파를 방해하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

멀리 떨어진 안전한 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기존 ‘스탠드-오프’(stand-off) 방식은 값비싼 고가의 드론재머가 장착된 전투기(공중전력)가 격추 될 시 손해가 크지만 스탠드-인 방식의 값싼 드론만 파괴돼도 비교적 비용 대비 군사적 효과가 훨씬 높다는 강점이 있다.

이 같은 아이디어에 착안해 영국 왕립 공군이 최근 ‘스톰슈라우드(StormShroud)’라는 미끼 전투기를 공개해 화제다. 영국 왕립 공군이 보유한 ‘F-35 라이트닝 II’, ‘타이푼 FGR.4’에 앞서 적지로 들어가 적의 레이더를 방해하고 교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축구 경기에서 미끼 선수가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것 같은 역할이다.

스톰슈라우드는 영국과 포르투갈 테크에버(Tekever)社가 만들어 우크라이나군이 활용해 유명해진 사거리가 100㎞에 달하는 수직 이착륙 고정익 드론인 ‘AR3’ 전술 무인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적의 레이더를 차단하거나 스푸핑(시스템이나 사용자를 속여 잘못된 정보를 신뢰하게 만드는 사이버 공격 기법)해 ‘유령’ 제트기 신호를 생성하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社가 설계한 ‘브라이트 스톰’ 재머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전장에서 전투 효과만 놓고 보면 유인 재머가 무인기 재머를 압도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과 인명 손실 위험, 훈련 비용까지 고려하면 재머를 장착한 무인기가 미래 전쟁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탈리아 방위산업체 레오나르도社가 개발한 재머 장비인 ‘브라이트 스톰’이 작동한 상황을 묘사한 개념도. 하늘에 뜬 무인기 1대에 장착된 브라이트 스톰을 이용해 적 레이더에는 수십대의 전투기가 대규모 공습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사진 제공=영국 레오나르도社




미끼 전투기인 스톰슈라우드 드론의 최대 장점은 적의 레이더에 실제로는 출격하지도 않은 아군 전투기가 보이게 하는 소형 전자전 장비가 장착된 것이다. 전자전 장비가 작용하면 적으로 하여금 엉뚱한 곳에 방공 전력을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다. 공중 전투 양상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임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장비가 바로 송수신 모듈과 안테나를 포함해 콜라 캔 6개 정도의 크기인 무게 2.5㎏짜리 소형 기기인 ‘브라이트 스톰’이다.

현대 전자전은 공격에 나선 아군 전투기를 최대한 숨기는 데 역점을 두고 적 레이더가 먹통이 되도록 전파를 쏘는 방식으로 교란 작전을 펼친다. 그러나 스톰슈라우드 드론은 탑재된 브라이트 스톰을 통해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유령’ 제트기를 대규모로 만들어 적에게 공습을 가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스톰슈라우드 드론은 매우 작고 저렴해 격추하기도 쉽지 않고 격추해도 인명 손실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 속도는 전투기보다 느리고 작전 행동 반경도 짧기 때문에 전쟁 개시 전에 적 레이더 가까이에서 먼저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군사적·전략적 효과가 높다.

비용 측면에서 고가의 전투기 보다 훨씬 저렴하다. 예컨대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는 기체 가격만 6700만 달러(약 930억 원)에 달한다. 연구개발비과 임무 수행에 필수적인 재밍 포드 등 각종 장비를 포함하면 가격은 1억 달러(약 1400억 원)까지 치솟는다. 여기에 조종사 양성 비용까지 더하면 1500억 원을 넘어간다. 반면 스톰슈라우드 드론은 대당 가격은 1억 원이 채 되지 않아 1500배 이상의 비용 차이가 난다.

올해 초 영국 왕립 공군은 1900만 파운드(약 360억 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통해 수백 대 ‘미끼 전투기’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리처드 나이튼 영국 왕립 공군(RAF) 참모총장은 “우크라니아와 러시아 간 전쟁 이후 RAF가 공중 전투와 국가 안보에서 우위를 유지할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스톰슈라우드는 지상의 적 레이더를 혼란스럽게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영국 공군의 공중전력에 핵심이 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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