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총보수 인하 경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부담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운용사들이 ETF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내려도 실부담 비용은 동일 지수 추종 상품 대비 더 높은 경우가 꽤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ETF 총보수 외에 증권 예탁, 회계감사 비용, 지수 사용료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한 총보수 비용(TER)과 매매·중개 수수료를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각 운용사 미국 대표 지수형 ETF 투자 설명서와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의 실부담 비용은 0.2337%로 집계됐다. 이는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의 실부담 비용 0.1381% 대비 0.0956%포인트 높은 수치다. 삼성운용의 총보수(0.0062%)는 미래에셋운용(0.0068%)보다 더 낮았지만 실제 비용 부담은 삼성운용이 오히려 더 큰 것이다.
총보수 격차가 더 큰 상품과 비교했을 때도 삼성운용의 실제 비용 부담은 상당했다. 삼성운용 대비 총보수가 10배 이상 높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S&P500’의 실부담 비용은 0.1685%로 KODEX 미국S&P500 대비 0.0652%포인트 더 낮았다. 이날 총보수 인하를 단행하며 업계 최저 타이틀을 차지한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S&P500’ ETF의 실부담 비용은 0.1450%로 미래에셋운용 다음으로 낮았다.
총보수와 실부담 비용 갭이 큰 건 높은 기타 비용과 매매·중개 수수료 때문이다. 특히 증권 거래 비용 등 금융 비용을 포함한 매매·중개 수수료에서 차이가 컸다. KODEX 미국S&P500의 매매·중개 수수료는 0.1449%로 TIGER 미국S&P500(0.051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삼성운용의 매매·중개 수수료는 경쟁사인 한투운용(0.325%)과 KB운용(0.0633%)·신한자산운용(0.1002%) ETF의 매매·중개 수수료를 크게 앞서는 수치기도 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총보수는 ETF 비용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다른 숨겨진 비용을 살펴 보라고 당부했다. 고정적인 보수율 산정이 가능해 운용사가 임의대로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는 총보수와는 달리 기타 비용과 매매·중개수수료율은 회계연도별로 거래 상황 등이 반영되며 매년 변화한다.
이 탓에 총보수가 같아도 실부담 비용이 다르기도 했다.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실부담 비용은 0.1766%로 ‘TIGER 미국나스닥100(0.1518%)’ 대비 높았으나 동일 유형의 한투운용(0.1949%)과 KB운용(0.1775%) ETF에 비해서는 더 낮았다.
총보수 인하 효과도 운용사 홍보 대비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운용은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내렸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실부담 비용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삼성운용은 6일 KODEX 미국S&P500의 총보수를 기존 0.0099%에서 0.0062%로 0.0036%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실제 해당 ETF의 실부담 비용은 기존 0.2349%에서 0.2337%로 0.0012%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총보수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타 비용 등 다른 비용이 상승해 인하 효과가 상쇄된 것이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을 낮춰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퀄리티 있는 상품을 통해 건전한 경쟁을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비용이 포함된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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